방민준의 골프탐험(15)- 모든 샷은 다이아몬드 또는 다이너마이트가 된다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이어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
연마법 개발로 최고의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 다이아몬드는 동시에 탐욕과 재앙을 잉태, 순도 높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때문에 풍요해지기는커녕 살육과 내전에 휩싸이는 비극을 맞았다. 이 책은 지금도 다이아몬드 뒤에는 무기와 검은 돈, 그리고 기업의 탐욕이 숨어있음을 고발한다.
알프레드 노벨은 그의 동생을 포함한 5명의 목숨을 잃는 폭발사고에도 불구하고 폭약 연구에 매달려 1886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다른 폭약에 비해 다루기 쉽고 폭발력이 강해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폭약이라는 속성 상 다이너마이트는 ‘파괴와 건설’ ‘전쟁과 평화’라는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자신의 발명품이 군사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극력 반대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노벨상이다.
▲ 모든 샷에 웃고 울 할 필요가 없다. 평평한 페어웨이에 놓여진 볼이나 벙커및 러프에 빠진 볼이나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아니면 다이너마이트가 될 수도 있다./삽화 방민준 |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한번 선택한 길을 죽을 때까지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끊임없이 갈림길을 만나고 그 때마다 선택을 강요받는다. 여러 갈래 길 앞에서 그 순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길을 선택한다. 물론 이때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이 있겠지만 이 판단기준이란 것도 객관적일 수 없다.
본래 타고난 성격에, 그 동안 누적된 생활습관과 환경, 그리고 빈약하게 축적된 지식과 직관을 바탕으로 선택하지만 그 선택이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최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 결과는 끝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대부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고비 고비를 지나서야 깨닫게 된다. 눈을 감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와 조우하는 인간은 그 때마다 다이아몬드와 다이너마이트 중 택일 할 것을 강요받는다. 물론 그 순간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서의 다이아몬드와 다이너마이트다. 대부분은 다이너마이트를 피하고 다이아몬드를 선택한다.
다행이 진짜 다이아몬드를 선택했다고 해도 다음의 선택이 또 다시 다이아몬드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인간의 판단능력이나 운만으로 계속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물게 다이너마이트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이너마이트가 손에 쥐어졌을 때 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이 있다. 버려야 할 것이 아닌 나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다이너마이트를 어떻게 처리할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다이아몬드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실망과 불만이 없다. 다이너마이트를 잘 사용해 다이아몬드 광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에서도 모든 샷을 날리는 순간마다 다이아몬드 또는 다이너마이트가 주어진다. 멋지게 날아가 좋은 자리에 놓인 볼은 다이아몬드를 약속해주는 듯하다. 러프나 모래 속에 파묻힌 볼은 당신의 가슴을 불태울 다이너마이트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버디를 상상하며 날린 두 번째 샷을 미스하고 나면 다이아몬드가 어느새 다이너마이트로 변한다. 반면 러프에서 한타 손해를 작정하고 정성껏 날린 샷이 온 그린 되면 그때는 다이너마이트가 다이아몬드로 변한다.
눈앞의 상황에 웃고 울고 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어가 그 상황에 진지하게 빠져들기만 하면 다이너마이트도 얼마든지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자만과 과욕에 들뜨면 다이아몬드를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켜버릴 수도 있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