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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위원, “2기 경제팀은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을 구별해 후자에 집중하길”

2014-07-17 14:53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최경환 2기 경제팀은 긴 안목으로 경기부양 보다는 경제성장에 집중하고 또 이에 맞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데 올인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은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재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경환 2기 경제팀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논설위원은 이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이 시기에, 금리나 환율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간섭으로 기업들의 대응능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논설위원은 “성급한 경기부양 유혹을 이겨내고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함과 동시에 규제개혁의 동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오히려 부동산관련 규제,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 등 규제개혁 성공 여부에 우리나라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는 각오로 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다음은 김 논설위원의 패널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경환 2기 경제팀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 전경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을 구별해 후자에 집중하길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하향 조정 발표(4.0%→3.8%) 등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도 부진해서 앞으로 1~2년 이내에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면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절박감마저 감돌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예정자도 국회청문회에서 자신은 “성장론자”이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제 살리기 올인은 과거 남미의 추락을 지켜본 우리로서는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이 17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최경환 2기 경제팀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이 단기적 경기부양 정책과 장기적 경제성장 정책들을 구별해 전자보다는 후자에 무게 중심을 두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길 바란다. 5공 때의 김재익 수석은 안정론자로 분류되지만 성장론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성장의 방법으로 경제안정화를 택했을 뿐이다. 성급한 단기적 경기부양 정책은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기 쉽다. 미국에서 IT 버블이 꺼져 경기침체가 나타나자 다시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지만 결국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국제금융위기를 불러왔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환율의 변화 방향은 대단히 불확실하다. 미국은 테이퍼링(양적 완화 감속)을 올 10월에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비록 국제금융위기 때보다는 약하겠지만 국제결제통화인 달러의 환율과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금리나 환율에 대한 섣부른 간섭은 기업들로 하여금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능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은 한 국가의 정부가 시장에서 나타나는 환율을 원하는 수준으로 손쉽게 변화시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성급한 경기부양의 유혹을 이겨내기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과 시중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로 인해 최경환 경제팀은 우리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키려는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도입되고 있는 다양한 복지프로그램들은 우리나라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고 향후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여기에 단기적 경기부양정책이 주는 부담이 가중되면 우리 경제는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보도된 사내유보금 과세정책도 이런 유혹에서 비롯된 발상일 것이다. 수출이 잘되지 않으니 내수라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서 기업들이 아직 투자하지 않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에 대한 과세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매우 단기적인 시야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과소소비(過少消費) 혹은 유효수요의 부족에 기인한다는 진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확립된 게 아니다.

미국 대공황 때 후버대통령은 경기침체의 원인이 과잉생산과 과소소비라고 보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을 압박해서 근로자들의 화폐임금을 낮추지 말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후버의 정책은 특히 여력이 없던 한계기업들을 어렵게 만들고 경기침체를 심화시켰을 뿐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된 것은 대규모 적자재정 정책으로 성급하게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도 있다.

투자가 활발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민간의 저축수준을 넘어서는 투자를 억지로 조장하거나, 수익을 낼 수 없는 곳에 투자가 되도록 만들면, 사실 투자가 많이 될수록, 미래의 먹거리에 투자되어야 할 우리의 아까운 자원은 낭비되고 만다.

과거 공한지세(空閑地稅)가 부과된 적이 있다. 당시 정책당국은 공한지, 즉 놀고 있는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공한지가 이용되어 부가가치가 생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공한지 자체는 줄었지만 그곳에 무더기로 지어진 것은 날림 가건물들이었다. 공한지는 수익성 있는 용도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토지 혹은 그런 용도가 발견되었더라도 최적의 사용 시점을 기다리는 토지이다. 기업의 사내유보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돈이거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용도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돈 혹은 더 나은 투자 시점을 기다리는 돈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도 세금회피 목적의 투자를 유도해 총투자 자체는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세금회피용 날림 건물처럼 부실투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업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설프게 새로운 경제팀의 경기부양 대책에 기대어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가겠다는 태도는 금물이다. 미국에서 양적완화가 끝나는 10월경에 있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원화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달러화 차입을 했던 기업들이 국제금융위기가 닥쳐 달러화 강세로 전환되자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키코(KIKO) 사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

최근 전경련은 10일 628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4월과 6월 두 차례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터무니없는 규제들도 들어 있다. 탄산수는 먹는 샘물에 탄산만 첨가하면 되지만, 해외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샘물제조 시설 이외 제조시설을 금지하고 있어서 외부에 따로 음료제조 공장을 세워야 한다. 또 냉난방 온도 규제도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한 겨울에 일부러 냉방을 해서 온도를
내려야 하는 사례도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이 규제개혁 과제를 제공해도 규제개혁에 별 성과가 없자 기업들은 규제 개혁 과제를 건의하라고 해도 이에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여하여 규제를 암적 존재로 규정하고 이를 혁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자 비로소 기업들이 규제개선 과제를 적극적으로 건의했다고 한다. 이는 얼핏 반가운 소식 같지만 실은 슬픈 소식이다. 우리 정치구조 속에 불필요한 규제의 형성을 막고 낡은 규제를 솎아내는 장치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규제개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당장으로서는 규제개혁을 게을리 한 부처에 대한 대통령의 질타가 가장 주효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할 때 규제개혁의 동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여러 규제로 인해 사업상의 진척을 이루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민원 등으로 건설에 애로를 겪는 호텔, 병원과 같은 사례) 이런 식으로 될 때 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지 직접 설득하고 홍보하며, 정치적으로 돌파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2기 경제팀은 당연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법률들을 통과시키는 데 있어 이를 관련부처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처들을 독려하고 앞장 설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최경환 장관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란 비유를 하였다. 부동산 경기가 이상 과열일 때의 규제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지금에도 입고 있는 규제라는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우리 경제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관련부처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 이런 법률을 제정하는 노력 이외에도 법률을 만드는 정치과정 자체가 규제를 솎아내는 장치를 가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장관들이 대통령 앞에서 석 달 이내에 풀겠다던 규제 25건 중 7건만 해결했을 뿐 14건은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한다. 규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에게 이 권력을 내려놓는 규제개혁을 맡길 때 규제개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티파티에 버금가는 소비자 파티, 이런 정치세력이 규제개혁에 앞장 설 때 비로소 지속적인 규제개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파티의 정치세력화는 최경환 경제팀이 완성할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정말 암을 도려내듯 규제를 혁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공무원이나 관변 학자들뿐 아니라 소비자 이익의 대변자들이 각종 규제개혁 관련 논의에 참여해 활발하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회를 확충하는 노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 막강한 정치력을 지닌 소비자 파티가 될 때, 우리 정치에 터무니없는 규제들이 발붙일 여지를 없애는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각종 임금피크제, 인구고령화에 따른 퇴직연령 연장 등 노동문제와 관련된 현안도 많고 상당 부분은 규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또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사실 최경환 경제팀이 이런 분야까지 잘 다루어주길 바라지만 자칫 공연히 건드려 일이 더 꼬이게 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맺으며

송(宋)나라의 한 농부는 자기가 심은 곡식의 싹들이 빨리 자라지 않자, 애써 잡초를 제거해 싹들이 잘 자랄 환경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고 성급하게 싹들을 잡아 늘렸다. 싹들은 뿌리 채 뽑혀 말라죽고 말았다. 우리 경제를 하루 속히 회복시키려는 마음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을 되새겨볼 때다.

최경환 경제팀은 성급하게 경기부양을 추진하기보다는 부동산관련 규제,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의 혁파에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이 달려있다는 각오로 매진해주길 바란다. 반짝 경기부양의 정책들은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 금리나 환율 등 시장의 가격들을 조작해서 혹은 대규모 적자재정을 펼쳐서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정책은 자칫 손쉽게 자신의 곡식이 쑥쑥 자라게 하려는 송나라 농부가 저지른 우를 범하는 셈이 된다. 이에 비해 힘은 들지만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하게 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벼가 잘 자라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일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노력에 아낌없이 성원을 보내야 하고 또 일부 지자체들이 민원을 핑계로 투자를 막거나 지연하는 경우 이를 성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 반짝 경기부양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곧 무너질 것처럼 과장하면서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반짝 경기부양을 시도하라고 채근하지 말아야 한다. 세수도 쉽게 거두기 어려워 조세감면(조세지출) 정비 등 제도적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제도적 정비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최경환 경제팀에 우리경제를 탄탄한 성장의 반석 위에 세우길 요구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도 최경환 경제팀도 과욕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말이 의욕적으로 일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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