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한다. 국내 유료방송 4위가 2위를 인수해 몸집을 불린 2위로 거듭난다.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30.86%(2018년 상반기 기준)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25%에 달하는 2위 사업자의 탄생은 유료방송 시장의 M&A를 가속화 할 전망이다.
현재 1위인 KT 계열과 2위인 CJ헬로의 점유율 격차는 17% 정도인데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격차가 7%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KT와 SK텔레콤도 적극적으로 M&A이 불가피하다. 1위 KT는 LG유플러스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현재 3위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2위와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케이블'의 짝짓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된다. 케이블 진영이 통신 업계로 흡수돼 그만큼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덩치가 커지게 된다.
유료방송의 M&A는 단순히 시장점유율 싸움을 넘어 5세대(5G) 이동통신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을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CJ그룹은 유료방송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CJ헬로를 매각하고 CJ ENM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CJ 입장에서는 케이블 플랫폼인 CJ헬로가 콘텐츠 확산에서는 불편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통신사들이 경쟁사인 케이블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CJ의 콘텐츠를 쉽게 받아주기 어려운데다 CJ도 우수한 콘텐츠를 가지고도 통신 진영에 마음 놓고 진출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과 함께 국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빠르게 국내 콘텐츠 시장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M&A 본격화는 사업자들이 규모를 키워 안방을 지킬 수 있는 근력을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LG유플러스가 IPTV에서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고 있어 이번 인수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인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CJ헬로에 넷플릭스가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관 관계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SK텔레콤과 KT도 5G 시대를 맞아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향후 케이블TV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덩치가 커진 통신사들은 늘어난 가입자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 수급에 나설 수 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했던 것도 점유율 확대는 물론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을 위한 행보였다. SK텔레콤은 최근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서비스인 '푹(POOQ)'을 인수했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OTT(Over The Top)인 '옥수수'와 '푹'을 결합해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콘텐츠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평소 푹을 통해 지상파 VOD를 즐겨보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하나의 서비스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보지도 않는 콘텐츠까지 통합 제공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제공되는 콘텐츠 영역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또한 통신사와 케이블의 결합으로 덩치가 커지면 자체 수급 콘텐츠가 많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까지 가능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M&A를 통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해지고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안방을 지킬 수 있는 근력을 키우고 나아가 국내 콘텐츠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유료방송 M&A는 케이블 진영의 몰락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지켜봐야 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