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당내 일부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던 지지율마저 한차례 곤두박질치자 2·27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관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17일 한국당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대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자들이 맞붙은 첫 TV토론회는 5·18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진태 후보에게로 화살이 쏠렸다. 오세훈 후보는 “5·18 운동의 의미를 격하시키는 망언”이라며 “특정 지역의 당세가 약하다고 해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고, 황교안 후보도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 입을 말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5·18 정신을 폄훼하거나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논란의 핵심인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당권 주자들까지 나서 거론할 만큼 사태가 커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지지율이다. 집권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전대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고 한국당은 한때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혔었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10%대까지 지지율이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동안 전국 성인 1002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19%로, 전주 대비 2%p 떨어졌다. 대선주자급 후보자들이 출마하는 당 대표 선거전으로 ‘밴드웨건’ 효과를 누렸지만, 다시금 하락곡선을 그린 것이다. 되레 5·18 논란의 반사이익을 얻게 된 민주당은 40%까지 지지율이 치솟아 4주 만에 4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조사를 기본으로 집전화를 보완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안팎에서 ‘한국당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차기 당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음은 물론 내년에는 총선까지 치러야 해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당내 선거지만 총선은 전국단위 선거”라며 “특정 지역의 세만 얻어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응할 야권 공조에서도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특히 각종 사안마다 공동전선을 펼쳤던 바른미래당도 5·18 논란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이 극우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면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제도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광주 북구 자유한국당 광주시·전남도당사를 당권주자 자격으로 방문했다가 5·18 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빠져나가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