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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 명단 까자”…한국당 합동연설회 장악한 ‘태극기부대’

2019-02-18 15:38 | 김동준 기자 | blaams89@naver.com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 거대한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미디어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5·18 유공자 까라. 나라 꼴이 이게 뭐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지만, 연설회장 앞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로 점철됐다.

이날 연설회장 앞 바닥에는 거대한 크기의 태극기가 펼쳐졌고, 시위를 주도한 ‘행동하는우파 시민연합’ 측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렸다. 마이크를 잡은 시위대 관계자는 당원·시민들을 향해 “5·18 유공자 명단 좀 공개하라는데 뭐가 겁나서 못 하나”라며 “내 아버지는 6·25 참전 유공자시다. 명단 다 공개돼 있는데, 왜 5·18 유공자 명단만 비공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한 시위자가 “김순례처럼 해야 한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순례밖에 모르겠고, 그 위는 누구 찍어야 하느냐”고 묻자 주변에 있던 다른 시위자들은 ‘행동하는 우파, 의리의 김진태’, ‘기호 3번 김진태’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김진태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을 향해서는 비난을 쏟아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탄핵을 만든 김무성 잡놈”에서부터 “박지원이랑 해서 탄핵을 만든 김무성 졸개들은 여기 오지도 마라”, “대구가 쉬워보이나” 등 구호가 난무했다.

또다른 시위자는 빨간색 모자와 군복을 착용한 채 타 후보들의 응원 장소를 누비기도 했다. 손에는 ‘문재앙 퇴진, 나라가 공산화되고 있다’, ‘나라의 위기에 침묵하는 자 탄핵세력과 공범이다’라고 적힌 사람 키만한 크기의 피켓도 들려 있었다. 그는 일부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에게 “탄핵 부역자들아. 부역자 놈들이 감히 어디라고 명함을 내미느냐. 당장 나가라”라고도 외쳤다.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서 한 시위자가 ‘문재앙 퇴진’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다./미디어펜



취재진과의 몸싸움도 발생했다. 시위자들은 “KBS, MBC 같은 쓰레기 방송도 다 나가라. 우리는 집회 신고하고 정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위자는 “촬영하지 마라. 찍어도 제대로 안 내보내 주잖아”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반면 유튜브 촬영자들을 두고서는 “애국 방송”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날 연설회장 주변에서는 ‘5·18 폄훼’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5·18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려 대비를 이뤘다. 총 66개 단체로 이뤄진 이들은 “이번 5·18 망언은 5·18 민중항쟁의 사실을 왜곡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의 피땀 어린 역사를 통째로 부정한 역사적 망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중에도 ‘행동하는우파 시민연합’ 측은 “좀비들, 정신병자들은 꺼져라” “5·18 유공자 명단이나 좀 까라고 해라. 뭐가 무섭나”라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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