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환송객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이날 오후5시에 평양역을 출발해 26일 오전쯤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까지 4500㎞의 거리를 약 60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대장정이다.
김 위원장이 비행기를 탄다면 5시간이면 하노이에 닿을 수 있고, 전용기인 참매1호의 최대 항속거리가 9200㎞로 하노이까지 무리없이 갈 수 있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때 중국 항공편을 빌려서 싱가포르행을 선택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전용열차를 이용한 것을 두고 ‘보안’과 ‘과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녹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육중한 외관을 가진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방탄 기능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전용칸을 바닥까지 철판을 깔아서 선로 위에 설치됐을지도 모르는 폭탄이 폭발했을 때에도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과거 김정일‧김정은 방중 때 공개한 전용열차 내부의 모습을 보면 내부에 별도의 집무실도 마련돼 있고, 책상 위에 위성전화도 놓여 있다.
‘이동식 집무실’이나 다름없는 전용열차는 침실과 연회실, 식당, 경호요원 전용칸까지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이동에 오히려 항공편보다 편리할 수 있다. 여기에 전용열차가 움직이는 내내 국제사회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이용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계승한다는 정통성, 중국땅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북중 우호관계, 김정은정권의 견고함 등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 두차례 베트남을 방문할 때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베이징에서 중국 항공기로 하노이까지 간 것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뛰어넘어 ‘열차 완주’를 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의 단둥, 베이징, 광저우와 난닝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측의 배려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어 김 위원장이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베트남 랑선성 동당시의 동당역에 최종 기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동당시에서 하노이까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그 과정에 박닌성에 들러 산업시찰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박닝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전격 방문할 경우 경제발전을 지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의전·경호와 일정 등을 총괄하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동당역에 들러 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 또 베트남 당국은 26일 동당시∼하노이 국도 1호선 차량통행 전면통제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는 23일 밤 9시20분쯤 북중 접경지역 단둥을 통과한 이후 24일 오전 베이징을 지났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랑선성 동당시 동당역에서 전용열차에서 내려 하노이까지 승용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도 소화할 예정으로 3월1일이나 2일까지도 베트남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