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여전히 강경한 자세로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파업을 지속하면 미래 생산물량 배정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르노그룹 부회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 노조는 역대 최장 기간 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21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의 주요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자동차
26일 관련업계와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2일 주간조와 야간조 각각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총 38차례에 걸쳐 누적 144시간에 달하는 최장기 파업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을 교섭일로 정해 놓고 상황에 따라 교섭 여부를 결정해 왔다. 이번주 화요일인 26일 교섭 진행 여부는 25일 오전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22일 파업은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다녀간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측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 방문 당시 임직원들에게 "부산공장처럼 전체 생산 물량 중 수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수출 물량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 당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 그룹 내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여기서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일자리는 파업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였을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파업을 멈추고 임단협을 결론지을 것을 촉구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인물로, 르노그룹 산하 공장들의 생산물량 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는 9월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르노삼성으로서는 모조스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망선고 직전 마지막으로 보내는 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내수와 수출물량을 포함 총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그 중 수출은 13만7112대로 전체의 63.6%에 달하며,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만 10만7251대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49.7%)한다.
부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는 총 2300여명으로, 이들이 2교대로 작업하고 있다.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 생산계약이 오는 9월 종료되고 후속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1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산술적으로 800~900여명은 잉여 인력이 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고정비 절감을 위해 내보내야 할 인원들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잇단 파업이 ‘자해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가 그동안 회사에 보여준 애정은 알고 있지만 신규물량을 배정받아야 되는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파업은 안타깝다"며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2000명의 근로자가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으로 회사를 떠나고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진 다음에야 임금 동결에 합의했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원만한 해결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