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며칠 간 고민했다. 북한 김정은의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 방문 여부가 그렇게 중차대한 일인 건지. 물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언저리에 있는 국가(?)의 독재자가 자유시장 경제 체제로 번창한 기업 방문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언감생심’ 차원에서 중한 일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세간의 떠들썩함은 이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보기에 거북하다.
“김정은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만한 영광이 없다”는 식의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거다. 대다수가 이야기하는 공장 방문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의미부여도 섣부르다. 핵 개발, 3대 세습, 인권 탄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바랄 수 있겠는가.
감성적인 눈으로 북한을 바라본다면 그들의 노력이 그저 신기하고 기특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치 떨리고 무서운 집단이 없다. 겉으론 ‘평화’를 외치면서 지난 수년간 핵을 개발해온 그들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됐고, 주민들의 인권은 말살됐다.
물론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당장이라도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긴 했다. 하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그들은 여전히 핵을 보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6.25 남침·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목함 지뢰 사건에 대한 그 어떤 해명과 사과도 받지 못했다. 그 뿐인가. 자신의 고모부를 ‘숙청’시키고, 친형을 독살한 김정은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그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수줍은 미소가 아닌, 이 같은 공식적인 행보에 근거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을 죽여 놓고 순진한 표정을 짓는 그가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인 삼성전자 공장에 방문할 수도 있다는데,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대다수의 시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엇보다 불편한 건 김정은의 행보에 삼성전자의 선택권은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아직 어느 쪽에서도 ‘통보’를 받지 못한 삼성은 김정은의 방문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가 온다면 극진히 모시겠다는 의지로 읽혀 씁쓸하다. 갈지 말지 ‘간 보는’ 북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삼성, 방관하는 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사유재산권은커녕 민간 기업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독재자가 자유시장 제도에서 번창한 대기업을 시찰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그 독재자는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호시탐탐 대한민국을 노려왔다는데 의문을 제기 할 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러니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깨어나면 없었던 일이 되는 그런.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