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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승리'는 성공했지만 '20대 청년 사업가 승리'는 실패했다

2019-02-28 20:17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꽤 오래 전 일이다. 2016년 12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빅뱅 멤버 5명이 완전체로 출연했다. 한류스타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그룹 빅뱅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 유쾌하게 토크를 했다.

당시 빅뱅 멤버들은 그룹의 막내 승리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승리가 유독 사업에 관심이 많고, 많은 사업을 벌이지만 실패도 많이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승리가 아무 사업도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고, 승리가 언제 한국으로 올 지도 모르는 세계적 축구스타 호날두의 국내 프로모션 권리를 샀다고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탑은 농담처럼 승리 주변에 심상찮은 사람들이 많다는 증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현재 승리를 제외한 빅뱅 멤버들은 모두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복무 중이다. 1990년생으로 29세인 승리도 올해 입대가 예정돼 있다.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있은 후 승리는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승리가 하는 여러 사업 중 버닝썬이 포함돼 있었다. 승리는 버닝썬의 사내이사였다. 당연히 버닝썬 사건과 승리는 연관어로 묶였다. 이후 버닝썬에서 폭행 외에 성추행, 마약 유통과 복용, 경찰과 유착 의혹이 줄줄이 제기됐다. 사내이사 직에서 물러난 승리(소속사에서는 사건과 무관하게 군입대를 앞두고 신변 정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는 자신이 버닝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승리에 대한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버닝썬 수사가 광역수사대로 넘어가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승리의 과거 마약류 복용 의혹, 사업을 위해 성접대 지시를 했다거나 필리핀 휴양지 섬을 통째로 빌려 광란의 생일파티를 했다는 의혹 등이 줄줄이 제기됐다.

급기야 승리는 27일 밤 서울경찰청에 직접 출두해 8시간 30분간 밤샘 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관련 의혹에 대한 진술을 하고 마약 복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사도 받았다(간이 약물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승리. /사진='더팩트' 제공



빅뱅 멤버들이 잇따라 군 입대를 하면서 빅뱅의 활동이 중단된 후 승리는 버닝썬 사건으로 촉발된 각종 의혹이 쏟아지기 이전에도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일본식 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청년 사업가로서 크게 주목 받았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승리의 이런 사업가 면모가 소개됐다. 승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부러움도 샀다.

승리는 사업 성공을 발판으로 또 다른 유명세를 타자 입대한 빅뱅 형들을 대신해 자신이 빅뱅의 인기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상누각'이었을까. 승리의 사업가로서의 수완과 자질이 클럽 버닝썬 사건 이후 비판과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승리는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시비비는 경찰의 수사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승리는 자신의 주장처럼 다양하게 제기된 불법, 탈법 의혹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 했고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리의 빅뱅 멤버로서, 청년 사업가로서 이미지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승리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K팝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 이전에 빅뱅이 있었다. 대표적인 한류 그룹으로 큰 역할을 했던 빅뱅이다. 승리는 활달한 성격과 넘치는 에너지로 빅뱅의 인기에 한 몫을 담당했다.

승리를 둘러싼 의혹이 확대되고, 각종 추가 의혹이 쏟아지자 승리 측은 예정됐던 해외 콘서트 일정을 취소한다고 28일 발표했다. 현재 상황에서 승리가 팬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기가 힘들 것이다.

'빅뱅 멤버 승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사업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던 승리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의해 가수로서의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모양새다.

승리에게 너무 물질적으로 살지 말라며 사업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2년여 전 빅뱅 형들의 말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어두운 표정의 승리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무거운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사업가 승리'는 실패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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