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커피 애호가들이 그렇게 열광하던 블루보틀(블루바틀)이 다음 달 경 드디어 한국에 진출한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5평짜리 차고를 빌려 창업한 블루보틀은 10여 년 만에 스페셜티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스타벅스와 양적으로는 비교가 안 되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국내에 생겨난 수많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은 대부분 블루보틀을 벤치마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 세계 단 50여 개뿐인 매장으로 약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블루보틀은 일본 다음 해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한국인들의 '블루보틀에 대한 지독한 사랑' 때문이다. 블루보틀 CEO 브라이언 미한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느 매장이건 한국인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한국인이 미국인 다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블루보틀이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2015년 일본에 블루보틀 매장이 생겨나면서부터로 보인다. SNS의 활성화와 함께 일본으로 관광을 다녀온 한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블루보틀은 '일본 관광의 필수코스'가 됐다. 일본에는 현재 도쿄에 9개, 교토에 1개, 고베에 1개 매장이 있다. 매장에는 일본 현지인뿐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를 이룬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는 2분기 안에 성수동과 삼청동에 매장을 연이어 오픈할 예정이다. 한동안 성수동과 삼청동 블루보틀 매장은 '인스타 성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몇 시간 줄을 섰다는 뉴스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관건은 이런 열풍이 얼마나 지속할 것이냐는 거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빵집 '타르틴 베이커리'는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빵'이라는 소문으로 한때 '인스타 성지'로 꼽혔다.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추운 날씨 속에 빵을 사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열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또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에스프레소 추출방식도 선택할 수 있지만, 메인은 핸드드립)이 핸드드립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한국 문화와 맞을지도 의문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문화에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블루보틀이 얼마나 지속해서 성공을 이끌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이를 인내할 고객은 얼마나 될까. 고객은 힘들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직원은 여유롭게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풍경을 어찌 봐야 할까. 관광지라면 몰라도 일상생활에서 이를 받아들일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블루보틀은 커피 자체에 집중해 인테리어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편안한 의자도 없다. 무료 인터넷 서비스(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다.
불편한 좌석과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 카페에 커피 맛 하나만을 위해 1시간 이상 줄 서서 기다릴 고객층은 얼마나 될까. 커피빈 역시 한국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이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커피빈이 한국의 카페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블루보틀 이전에 한국에는 띵크커피, 스텀프타운커피, 인텔리젠시아커피 등 쟁쟁한 미국 커피 브랜드들이 진출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커피 브랜드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이런 브랜드들이 한국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유럽의 메이저 커피 브랜드인 일리와 라바짜도 들어와 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다.
몇 년 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1호 매장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1호점 머그컵을 많이 구매한다는 것을 알고, 한국에서도 똑같은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흥행참패'였다.
블루보틀이 미국에 있고 일본에 있으므로 한국인들이 방문한 것과 한국에 매장이 있어 방문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동안 블루보틀 성수점과 삼청점은 '인스타 성지'로 손꼽힐 것이다. 하지만 그 열풍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