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번 상상해 보자. 미세먼지가 중국으로부터가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광화문 앞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에 환경단체 등 온갖 시민사회단체가 진을 친채 시위에 돌입하고, 문재인정부는 각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했을 것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제상황은 심각하다. 전국의 미세먼지 수치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미세먼지가 줄지 않고 기류가 정체되면서 재난·재해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단위는 ㎍/㎥) 수치는 100~130, 미세먼지(PM10, 단위는 ㎍/㎥) 수치가 180(대기질지수: Air Quality Index, AQI)을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하루 평균 135㎍/㎥을 기록하며 50일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5일간 수도권은 평균 AQI기준 120㎍/㎥에 달했고,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 시도는 4일 9곳·5일 12곳·6일 15곳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AirVisual 앱에 나타난 3월6일 오전10시20분 한반도 미세먼지 현황. AirVisual 앱은 전세계 80여개국 1만여개 지역의 정부 관측소 및 실시간 기록 데이터로 대기오염, 환경오염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PM 2.5·PM10·오존·이산화질소·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 등 6개 주요 오염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달 및 48시간 단위로 오염 변화 추이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대사관·영사관 등에서 얻은 데이터로 정보신뢰도를 쌓았다./사진=AirVisual 앱
중국발 오염물질 영향은 입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쪽 중국 방향에서 흘러온 오염물질로부터 받은 영향이 전국 평균 7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고, 중국발 초미세먼지 주범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2000~2015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국제대기오염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이 발간한 '2018 세계공기질 보고서'는 "중국에서 넘어온 대기오염 물질로 한국 등 이웃국가의 공기오염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0년부터 베이징 등 대도시 주변 공장들을 남동부(허베이·허난·산둥성 등)로 옮겨 오염물질 배출원을 한반도 바로 옆으로 몰아넣은 상태다.
한중일 3국이 진행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는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난 6일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00여 건의 비난·항의성 글이 폭주했다.
사진은 AirVisual 앱에 나타난 3월6일 오전10시20분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미세먼지 현황. 인천 송도신도시 엑스포빌리지 지역이 AQI 225 수치를 기록하며 가장 높다./사진=AirVisual 앱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측에 항의하겠다거나 책임을 묻겠다는 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고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다.
정부는 공기청정기 지원·전기료 한시적 인하·관급공사 전면중지·불법소각 단속·경유차 제한·차량2부제·석탄화력발전소 축소 및 폐쇄 등 국내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발주한 미세먼지 연구용역은 2건에 그쳤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당시 디젤차 공급정책이 한 원인"이라며 전 정권을 탓했다.
정작 중국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문재인정부. 국민들의 미세먼지 고통은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