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과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세대(5G) 서비스 요금제에 대해 반려를 결정했다. 정부가 요금제 인가 신청에 반려 결정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가 데이터 대용량의 고가 요금제로만 구성됐다며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반려 결정으로 SK텔레콤은 5G 요금제를 수정해 다시 신청해야 한다. 요금제 인가는 보통 2~3주 정도 걸린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달 말 스마트폰 기반 5G 서비스 상용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의 반려 이유를 살펴보면 저용량에서 대용량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인데 5G 상용화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 감각이 떨어져 보인다.
5G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로, 주로 동영상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이미 5G 상용화 초기에는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먼저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LTE(4G)에서 5G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초기 5G 서비스 이용자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소비하는 가입자라는 점에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저가 요금제 출시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5G 전국망이 깔리기까지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이통사들은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경쟁하게 된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을 통해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초기에는 먼저 대용량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경영 전략일 수 있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가 음성통화를 넘어 데이터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세대가 바뀌면서 최저 데이터 제공량의 단위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영화 등 대용량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무제한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의 월평균 트래픽은 20기가바이트(GB)가 넘는다. 동영상 콘텐츠 트래픽이 전체 트래픽의 57% 수준이다.
SK텔레콤 직원이 5G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SK텔레콤
이제 월 100메가바이트(MB) 데이터를 가지고는 웹서핑이나 메신저 서비스 조차도 제대로 이용하기 부족한 상황이다.
5G는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된 기술이다. 3G나 LTE에서 5G로 전환하는 가입자들은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쓰기 원한다.
이통사들이 5G 초기에 대용량 고가 요금제 위주로 출시하려고 하는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어 LTE에서 2GB 요금제를 사용하던 가입자가 5G로 전환해 같은 2GB 요금제에 가입하면 요금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저용량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는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 이용이 적은 만큼 오히려 5G 요금에 대한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5G 상용화 초기에는 데이터 이용이 많은 이용자를 위한 고가 요금제를 먼저 출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또 5G 커버리지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량 데이터 가입자까지 크게 늘어날 경우 서비스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은 5G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되고 가입자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게 되면 중·소량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5G 시대는 월평균 데이터 트래픽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요금제에서 기본 제공되는 데이터량도 단위 자체가 한 단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LTE에 비해 요금은 다소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진정한 5G 시대의 정착을 위해 요금제 구성은 시장에 맡기고 이통사의 지속적인 투자 유도와 함께 안정적인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