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말로는 대기업들의 '갑질' 근절을 외치고 있으나, 과연 진정한 근절 의지가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른바 '갑을문제'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으나, 정작 현대중공업과 롯데그룹 등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혼 없는 답변'으로 일관, '빈축'을 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7일 '2019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갑을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하고, '을'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애로를 해소하는 데 목표를 뒀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중견기업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때 원칙적으로 어음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조선·건설·소프트웨어·전속거래·자체브랜드(PB) 분야 하도급은 집중 감시한다.
경영 여건 악화 등 가맹점주의 책임 없이 폐업한다면, 가맹본부가 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고용 안정성이 취약하지만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이하 특고) 노동자' 보호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하위 '특수고용직 지침'으로 특고가 당할 수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보호하고 있지만, 직종이 6개에 불과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하는 10개보다 보호 범위가 좁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으로 지침을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고 직종과 보호 범위를 연동하기로 했는데, 대리운전기사·신용카드모집인 등도 공정거래법률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직종별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담아 보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 발생한 현대중공업(현중)과 롯데그룹의 '갑질 횡포'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현중에게서 갑질 피해를 당한 협력업체들은 현중 앞에서 농성중이며, 해당 지역구 의원인 김종훈 의원은 5일 김 위원장에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6일에는 '롯데피해자연합회'와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이 일본까지 가서 일본롯데홀딩스 공동대표 쓰쿠다 다카유키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롯데의 갑질피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공정위 업무계획 브리핑 때 이 문제를 거론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기자가 질의하자, 김상조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특정사업장의 갑질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경청해야 한다"면서도 "공정위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영혼 없는 답변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에 공정위가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 해당 대기업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공정위는 기업집단과 관련해서는 식료품·급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나타나는 부당 내부거래를 중점적으로 감시, '일감 나누기'로 전환을 유도한다.
시스템통합(SI)업체, 물류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실태조사를 해 부당지원·사익편취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대기업집단은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에 통보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등과 연계하며, 금융그룹 건전성을 훼손하면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금융위)으로 통보한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특례를 폐지하고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배당 외 수익 공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인수는 신속히 심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역동성을 살려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모바일 플랫폼·제약·디지털 오디오 특허 시장 등에서 혁신 활동을 저해하는 독과점, 자동차·전기·전자·화학 업종의 대기업 기술유용 행위 등 '반칙'은 엄정히 제재한다.
이와 함께 지상파TV,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방송 매체 산업 시장을 분석해 경쟁촉진방안을 마련한다.
소비자 분야에서는 어학시험·스포츠 시즌권·택배·정수기 임대차·국제이사화물운송·요가·필라테스 등 분야에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약관을 손보고, 17년 묵은 전자상거래법을 현 시장 환경에 맞춰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소셜데이팅·모바일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시장의 상품정보 미제공·청약철회 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기만 마케팅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3대 축인 '공정경제' 추진 간사 부처로서 다른 부처와 함께 실질적 성과를 올해 구현할 방침이다.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상황에 맞춘 '국민 체감형 과제'도 지속해서 발굴, 범정부·민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범정부 하도급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이미 완료된 공정경제 국정과제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들여다보고, 공정거래와 상생 문화를 공공기관이 선도할 수 있도록 모범 사례를 발굴하며, 자율준수프로그램(CP)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는 '내 삶속의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