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이 역진성 해소를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에 불씨를 당겼다. 금융당국을 등에 업고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려했던 카드사는 금융당국의 ‘뒷짐’ 태도로 인해 대형가맹점과의 파워게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현대·기아차에 백기투항을 하니 이젠 백화점·대형마트가 쌍심지를 켜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뒤엔 통신사와 항공사까지 버티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카드사에 전달했다.
카드사들은 업종별로 △자동차 1.8%→1.9% △대형마트 1.9%~2.0%→2.1%~2.2% △통신 1.8~1.9%→2.0~2.1% △항공 1.9→2.1%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에 이달 1일부터 수수료율을 2%대 초반으로 평균 0.14%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이마트는 수수료율 인상의 근거가 없다면서 카드사에 수용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카드사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 이마트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카드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카드사에 통보하고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역시 카드사들로부터 0.04∼0.26% 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는 최근 인상안 수용 거부 입장을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할 당시 “마케팅 지원을 더 받는 대형가맹점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는게 원칙”이라는 입장은 고수했지만 카드사를 위한 어떠한 지원사격도 없는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을 믿은 채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섰던 카드사만 독박을 쓸 위기에 처하자 카드 노조도 들고 일어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는 5개 카드사에 대한 카드 가맹점 해지 등을 무기로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개편된 카드수수료 체계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제도를 도입할 것도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할 때 영세·중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는 낮추고, 재벌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높이는 '차등 수수료제'를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만일 재벌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인상안을 거부하고 소비자를 볼모로 갑질 행위를 계속할 경우 카드사 노동자들의 물러섬 없는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