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부가 미국 보잉 ‘737 맥스’ 기종의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3개월간 금지시킨 것에 대해 “안전을 위해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과잉 조치”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737 맥스’는 두 번의 추락 참사로 안정성 논란을 일으킨 미국 보잉의 항공기다.
16일 정부와 항공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노탐(NOTAM: Notice To Airmen)을 통해 보잉 737 맥스 기종의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전날 항공사 관계기관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B737 맥스8 두 대를 보유한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와 협의해 자발적으로 운항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국내 공항을 이용하거나 영공을 지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추가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항공고정통신망을 통해 전문 형태로 전파되는 노탐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항공 당국이 조종사 등 항공 종사자에게 알리는 통지문이다. 통상적으로 3개월간 유효기간을 갖는다.
앞서 지난해 말 국내에 해당 기종 2대를 도입해 올해 초부터 기재 운용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지난 13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향후 737 맥스 8 기종을 도입하려고 했던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역시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해당 기종을 운항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안전’이 최우선인 항공 업계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토부까지 가세해 ‘737 맥스’ 기종의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시킨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유럽과 중국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현재 코맥이라는 여객기를 통해 항공 시장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미국과 무역 전쟁 중이기 때문에 경쟁 국가 미국에 대해 단호하고 신속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또 유럽의 경우 ‘A320 네오’ 기종으로 보잉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잉에 발생한 참사가 호재로 작용했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계기로 “우리 영공도 지나가지 말라”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며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한 조치라고 하기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렇게 과잉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 보잉과 경쟁 관계에 있지 않고, 오히려 국내 업체와 협력 관계로 이어져 있다”며 “이 같은 섣부른 조치가 민간 기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늘 길에서 가장 기본으로 꼽히는 ‘영공 통과의 자유’를 막은 것은, 보잉과 협력을 해나가고 있는 국내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