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유세 도입과 복지정책 예산 확대로 수차례 다그치는 집권 여당 국회의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총리는 부유세 도입에 대해 “고려요소가 꽤 많다” “국민적 공감대를 짚어봐야 한다”며 방어 논리를 폈다.
이 총리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부자증세를 외면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부유세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재작년 최고소득세를 42%로 올렸는데 불과 1~2년 전이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의원님의 정의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도입하려다 못하는 사례도 있고, 아주 도입한 나라도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의원은 본인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이 90%를 넘은 적도 있다”며 “놀랍게도 1974년 박정희 정부에서 종합소득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최고세율이 70%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의석 쪽을 바라보며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많은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선진국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1980년대 이후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적정 최고세율이 70~80%라는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며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것이 그냥 정의감의 발로인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질의 마지막까지도 유 의원은 “포용적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최고세율 70% 인상, 상위 1%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총리는 “말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적 양해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똑같은 내용의 주장을 펼쳤다. 유 의원은 “노인빈곤해소를 위해서 2~3조 추경을 긴급히 편성해야 한다. 올해는 추경으로, 내년부터는 증세로 재정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최고세율 인상, 부유세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홍 부총리는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올렸고, 근로소득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며 “70%까지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추경은 경기상황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 골자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명암이 있다. 최저임금도 내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경영 부담을 드렸고, 일자리마저 잃게 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 점은 뼈아프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