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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의결권 행사…'법 정신'과 배치

2019-03-22 11:44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한 표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외부기관과 그를 지키려는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총회 전에 미리 밝히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총 의결권 행사가 ‘법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된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지난 17일까지였다.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내이사 연임에 나섰다.

앞서 대한항공 주식 11.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이번 주주총회부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주주총회 이전에 미리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금의 의견은 위탁운용사는 물론 기관투자자, 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대한항공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죄형 법정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 안건에 반대할 경우, 해당 사례가 선례로 작용해 경제계 전체로 확산돼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켜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실제로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개최, 델타항공과의 조인츠 벤처 조기 정착 등 중요한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대한항공의 존망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안정 경영을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공고하다. 

대한항공 전직 여승무원 동우회(KASA)는 “외부 기관 및 단체, 이권을 추구하는 일부 직원, 사모펀드 자본 등이 합세해 회사를 공격하고 흔들고 있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스스로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면서 “대한항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전∙현직 임직원이 힘을 모아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을 바로 잡겠다는 미명 하에 회사를 비난하는 외부 단체의 압력은 그 진의를 떠나 우리 회사를 혼란과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러한 사태의 책임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현재의 경영진에 있다”며 “경영진은 더 이상 외부 세력이 대한항공을 비난할 단초를 만들지 말고, 통렬한 반성과 대한한공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권’을 선언했다. 현 회장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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