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복귀 대신 '그림자 경영'을 선택한 가운데 태양광부문과 금융부문 인수합병(M&A) 성패가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오는 27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춘수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실적 반등 및 경영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해 3분기 5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한화케미칼과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급락하면서 4분기 -135억27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중 한화케미칼은 기초소재부문 스프레드 축소 및 태양광 업황 부진 등으로 4분기 960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 대전공장 사고로 올 상반기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실적개선에 차질이 예상되는 방산부문과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0% 이상 떨어진 한화생명 수익성도 금 부회장이 처리해야할 숙제로 꼽힌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사진=각 사
이같은 상황인 가운데 김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각자의 영역에서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방산부문과 태양광·석유화학 등 에너지부문을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태양광부문의 경우 관련 작업을 추진할 대미 투자조직을 정비했으며,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LA다저스의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는 등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말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뉴저지·메사추세츠 등 29개주가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기준(RPS)를 도입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오는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100%로 끌어올리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시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남방지역에서 발판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상무는 앞서 지난해 김 회장의 베트남 방문에 동행했으며, 당시 김 회장은 팜 느엇 브엉 빈그룹 회장을 만나 제조·금융분야 협업관계 구축 및 현지 공동사회공헌 활동 등을 논의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신남방지역은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국내와 달리 2030 인구가 많고 연평균 5% 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보험산업의 '막힌 혈'을 뚫을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동남아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한 항공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롯데카드 M&A를 놓고 하나금융지주와 경쟁하고 있으며,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뚫고 인수에 성공하면 제2금융권 포트폴리오 완성과 중간 금융지주 체계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의지를 불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삼형제가 분할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왕자의 난'을 피하기 위해 1인 체제로 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김 전무와 김 상무 중 높은 성과를 달성한 인물에게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