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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 지렛대' 막힌 문재인정부 美설득, 北설득 ‘두 갈래길’

2019-03-26 15:01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소에서 전격 철수한 뒤 사흘만에 일부 인원만 복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통일부는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연락사무소에서 남북 연락채널 협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24시간 365일 남북소통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연락사무소의 ‘반쪽 운영’은 면했지만 북한이 추가적으로 취할 행동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복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마저 혼란에 빠뜨린 독단적인 추가 대북제재 철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제재와 상관없이 한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계획된 술수라고 분석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며 ”북한의 관영 매체가 최근 미국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남한정부를 비난한 점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직접적으로 한국정부를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와 복귀에 대해 “북한 매체가 주장하듯이 한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철수까지 하고 보니 4.27 남북합의를 깼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고 없던 일처럼 전체 복귀를 할 수는 없고, 남측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축소 운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연락사무소에 복귀한 북측 인원들의 대남 태도가 강경하게 바뀌지 않은 점을 볼 때 북한이 미국과 조건부 대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공위성 발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에 혼란을 가져올 조치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만약 북한이 조만간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빙자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고 규탄하면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VTV



즉 앞으로도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어서 주목된다.
 
만약 북한의 위성 시험발사가 있을 경우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면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고, 이에 대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해야 할 역할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가 하노이회담에서 서로 원하는 카드를 다 꺼내보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영변핵시설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전면 폐기를 제시했고,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미국에 제재 해제를 주장하면서 ‘중재’나 ‘촉진’이 필요없는 어느 한쪽이 ‘설득’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해 빅딜 수용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북한은 개성연락사무소 철수와 복귀 전후로 연일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와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한 당국이 한심하다”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제재 해제 주장을 이어갔다. 최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과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까지 언급했었다. 

당시 최 부상의 회견 내용은 외신을 통해 주요 내용만 전해졌지만 일부 국내언론이 최근 최 부상의 발표 전문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특히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백’(snapback)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는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반대로 합의가 결렬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뉴시스 등이 이날 공개한 최 부상의 발언문에는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내용을 더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했다”고 돼있다. 

이어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최선희 부상은 회견 마지막에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 나는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재 해제 이외의 협상 조건은 없다고 분명히 한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취소를 얻어냈다. 미 재무부의 발표를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트윗에 제재 취소를 발표하는 바람에 행정부는 물론 백악관도 혼란에 빠뜨릴 정도였다.

이후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4일부터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비건 대표는 유럽 주요국과 소통을 이어간 이후 중국을 방문했다. 마침 26일 북한 고위급인사가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에서 북미 간 접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건 대표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트윗 이후 이뤄지면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뮬러 특검팀으로부터 최근 면죄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에 속도를 낼지 비핵화협상을 장기과제로 삼고 강경책을 구사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노딜’로 끝난 하노이회담의 후속협상은 어느 쪽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의심받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문재인정부에 북한은 ‘민족자주 편을 들라’는 종요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비해 한미관계 봉합과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두가지 숙제를 안게 된 문재인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중재자나 촉진자가 필요한 상황을 벗어난 북미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설득할지, 미국을 설득할지 두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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