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6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여야는 자료제출을 놓고 1시간여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하루짜리 푸닥거리로 여기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 앞 노트북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일부 한국당 의원 보좌진들은 청문회장에 같은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도 연출했다. 여당 의원들은 “뭐 하는 짓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본격적인 공방은 박 후보자의 모두발언 직후 시작됐다.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자료제출이 부실해 청문회 연기를 요청했는데,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진행이 되긴 했지만, 이제까지 청문회 중 이렇게 자료 없이 깜깜이 청문회를 한 적은 없었다”며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가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제출 미흡을 질타하는 동영상을 재생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중기부는 허위사실이라며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한다고 한다”며 “사상 초유의 일이다. 청문위원들을 겁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다. 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박 후보자는 자료제출도 안 하고, 적극적으로 자료제출을 방해했다”며 “국세청에 거부할 수 없는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철규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지 말아달라’는 압력까지 행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참으로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언주 의원도 “주로 정책자료를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자료협조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예컨대 제로페이 사용내역을 달라고 했더니 ‘사례가 없다’고 한다. 이게 사용내역이냐”며 “중기 관련법 49건을 대표발의해서 전문성이 있다기에 검증을 위해 (법안발의 내역을) 달라고 했다. 열흘 전에 얘기했는데, 오늘 아침에 방금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엄호에 나섰다. 이훈 민주당 의원은 “자료제출이 거부된 것 중에는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다”며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를 왜 요구하나. 중기와 벤처기업을 살리는 데 역할을 할 역량을 가졌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라고 했다.
같은 당 홍의락 의원도 “개인적으로 내기 어려운 자료들이 너무 많다”며 “박 후보자의 질병 문제나 아들 출생기록, 혼인관계증명서 등은 너무 개인적인 자료”라고 보탰다.
한편, 박 후보자는 청문회 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요청 자료가) 2252건이다. 그 중 145건은 너무 지나친 개인정보 관련 자료라 제출을 못했다”며 “15년간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40회의 청문회를 했는데, (제출 자료가) 책자로 인쇄돼 ‘찌라시’로 시장에 팔려간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 낭독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