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23-4, 19점 차이로 대파했다. 28일 사직구장 경기에서 나온 스코어다. 모든 팀들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시즌 개막 초반에 이렇게 큰 점수 차는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성 타선이 대폭발했다. 마치 잠자던 사자가 깨어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이를 마구 물어뜯는 것 같았다. 무려 24개의 안타로 롯데 마운드를 맹폭했고, 그 가운데 홈런이 8방이나 됐다. 이학주가 투런만 두 방 날렸고, 박한이는 대타 투입된 후 솔로포와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김헌곤도 만루홈런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고, 강민호 최영진 구자욱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삼성은 전날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율이 1할4푼4리로 바닥이었고, 팀 홈런은 러프가 기록한 1개뿐이었다. 그런데 이날 잠잠하던 타선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이 한 경기 결과로 삼성은 팀 타율을 2할6푼2리로 끌어올리며 2위로 점프했고, 팀 홈런도 9개로 2위로 올라섰다.
삼성 타선의 방망이가 이렇게 신바람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롯데 마운드가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날 5명의 투수가 등판했는데 누구도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선발로 전향해 첫 선을 보인 장시환부터 3이닝도 못 버티고 2⅔이닝 6피안타(2홈런) 3볼넷 6실점하며 힘든 경기를 만들었다. 이어 차재용이 ⅔이닝 2피안타 1실점하고 물러난 뒤 오현택은 1이닝을 던지면서 솔로홈런만 3방 맞았다. 정성종이 2⅔이닝을 3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막은 것이 그나마 호투(?)였고, 이인복은 이미 완전히 넘어간 분위기 탓에 2이닝 10피안타(2홈런) 10실점으로 달궈진 삼성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많은 안타와 홈런을 맞은 것도 그렇지만 이날 롯데 투수진은 11개의 볼넷을 남발했다. 가운데로 던졌다 하면 안타나 홈런을 맞고, 피하는 피칭을 하면 볼넷으로 내보냈다. 한 경기서 23점이나 내줬으니(자책점 21점)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8.00으로 치솟았고 최하위로 떨어졌다.
롯데의 이날 공식 기록된 실책은 8회 1루수 오윤석의 포구 실책 1개뿐이었다. 그러나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전병우와 교체 투입된 한동희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성 수비를 해 3루쪽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3명의 포수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가 번갈아 안방을 지켰지만 누구 한 명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고 미세먼지도 낀 궂은 날씨지만 8136명의 관중들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롯데는 홈팬들 앞에서 실망감을 넘어 허탈함을 안긴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줬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