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 순이익을 보는 시각이 또 한차례 어긋났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본 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4000억원 감소한 반면,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 기준에 따르면 1000억원 늘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금감원과 카드사간 정반대 실적 발표 논란으로 금감원이 회계 기준도 입맛에 따라 발표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금감원과 카드사간 갈등이 올해 또 다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감독규정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000억원)에 비해 12.3%(1511억원) 증가했다.
가맹점수수료 수익(6000억원)과 카드론 수익(4000억원) 등 총 수익이 1조1300억원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금감원은 카드사의 마케팅비용(6000억원)과 자금조달비용(2000억원) 등 총 비용이 9800억원 늘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감독규정상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로 대손비용이 급증한 효과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4.4%(629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IFRS에 의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도 1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2조2000억원)에 비해 21.5%(4772억원) 쪼그라들었다.
금감원은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은 감독규정이 IFRS 기준보다 강화돼 있다”며 “양 기준에 의한 충당금 적립액의 차이만큼 순이익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카드사 간 실적 발표 논란은 지난해 9월 상반기 실적 발표 때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 측은 단순 실적 해석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무리한 발표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익이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카드사의 상반기 순익은 966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9%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은 당국과 업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해 카드사의 잠재 손실인 대손비용처리 비용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업계는 시장 공시를 목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한다.
금감원의 기준에서 볼 때 지난해 상반기 중 감독규정 개정으로 동일인이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한 경우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논란이 크게 불거진 바 있는 금감원은 올해 발표에 앞서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을 여신전문금융감독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IFRS 도입 이전부터 일관되게 발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선 금감원이 입맛에 맞는 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며 공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카드사를 제외한 타업권의 실적은 IFRS를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만 자체적 기준을 통해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의도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두가지 지표를 통해 실적을 발표하다보니 시장에서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며 "투자자 혼란 등을 고려했을 때 국제회계기준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 전문가 역시 카드업계의 주장이 옳다고 손을 들어줬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엄밀히 따져보면 카드사들의 주장이 맞다”며 “앞으로도 금감원 측이 감독규정에 따른 실적만을 집계한다면 업권과 다른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