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일상에서의 빵은 이미 출출할 때 먹는 간식에서 식사를 대신하는 식사 빵으로 주식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출근 길에 빵으로 끼니를 채우는 직장인들의 모습, 빵과 함께 하는 연인들의 데이트는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다양한 빵이 출시되면서 식생활 속 빵의 공습은 진작 시작되었다. 빵은 이처럼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제과업체는 조그만 동네빵집에서 시작해
빵은 포르투갈어로 팡(pão)이 일본에서 발음이 변질돼 한국에 소개되었다. 1885년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빵을 구웠는데 이를 최초의 한국 빵이라 한다. 이후 1902년 개관한 서양식 호텔 정동구락부에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만들어진 빵을 면포라 했고 특히 카스텔라는 눈처럼 희다고 해서 설고라 칭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는 일본의 양과자점들이 국내 진입하면서 빵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빵집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인들이 광복 이후 한국의 제빵업계의 기반을 다졌다. 6·25전쟁 이후 미국에서 다량의 밀가루 원조가 들어오면서 제빵이 인기업종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명동에 뉴욕제과와 태극당, 종로 고령당, 광화문 덕수제과, 흑석동 독일빵집, 부산에는 풍년제과 등 전국적으로 조그만 동네빵집들이 많이 생겨났다.
▲ 파리 바게뜨가 최근 파리 중심가에 문을 연 매장. 제빵은 프랑스 스타일이면서도, 인테리어는 한국식을 채용했다. |
1960년대 말부터 샤니, 서울식품, 삼립식품, 기린 등 양산 제빵업체이 설립되면서 공장에서 빵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다. 1970년대 말부터 뉴욕제과와 고려당, 독일빵집 등 제과점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분점을 내기 시작하면서 영업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이후 1984년 신라호텔에서 떨어져 나온 신라명과, 1986년 샤니를 모기업으로 하는 파리크라상, 1988년 크라운제과가 만든 크라운 베이커리 등이 등장하게 되면서 제빵업계는 급속히 성장하게 되었다.
▲상미당이란 동네빵집에서 출발해 글로벌 제빵 제과업체로 도약한 파리바게뜨 허영인회장.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허영인SPC그룹 회장이 최근 빵의 본고장 파리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오픈하고 글로벌리더로 부상했다. |
기업가정신이 빵도 파리에 진출시켜
이처럼 한국 제빵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었다. 짧은 역사 속에 또 하나의 쾌거를 올렸다. 다름이 아니라 파리바게뜨가 8년을 공을 들여 드디어 바게트 빵의 본 고장인 프랑스의 파리 1구의 지하철 샤틀레역 인근에 카페형 점포인 샤틀레점(유럽 1호점)을 열고 입성하게 되었다. 파리 1구에서 파리시청과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성당 등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기 때문에 한국 빵을 들고 다니면서 프랑스 시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진출로 10년 만에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5개국에 181개 매장을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빵 기업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번 파리 진출은 단순히 빵만 유럽에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타일과 접목한 베이커리 문화를 유럽에 소개하고 진출했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쾌거라 하겠다.
▲ 파리 바게뜨 로고 |
이번 한국 빵의 파리 진출은 기업가정신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사업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집요한 창의력으로 삼성을 일궈낸 고 이병철 회장, 500원 짜리 지폐로 조선강국을 만들어 낸 고 정주영 현대 회장, 영일만 버려진 땅에 세계 최대의 제철소를 설립한 고 박태준 회장과 같은 기업가정신이 이번 빵 산업에도 그대로 녹아내렸다.
안방시장에만 안주하기엔..
그런데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한국 내부는 어떠한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동네 빵집과 골목상권 문제로 또 다시 홍역을 치루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들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지켰네, 지키지 않았냐 하는 싸움이다.
동네 빵집의 억지는 참 안타깝다. 상미당이라는 작은 동네 빵집으로 시작해서 샤니, 파리크라상 그리고 파리바게뜨로 빵의 본고장 파리에까지 진출하면서 성공을 이룬 중소기업 신화를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난과 압박을 가하고 있으니 누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서 도전하고 사업을 할려고 하겠는지 의문이다.
남 잘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억지와 질투가 이 땅에 아직도 팽배하고 있는 실정이 너무나 안타깝다.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일본에 한국식 초밥과 막걸리로, 중국에서 한국식으로 오리를 굽고, 영국 거리에는 한국식 피쉬앤칩을 먹게 해 한국식으로 만든 음식이 세계인을 사로잡기에 아직도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다.
내부에서는 골목상권 침범했네 안 했네 같은 일도 소모전을 치루고 있으니.... 이번 파리의 한국 빵 진출로 글로벌 식품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안방에서만 안주하는 그런 못난 짓은 이제 그만 하자. 동네에서 장사 안 된다고 불평과 불만만 하기에는 소비자의 입맛은 벌써 글로벌 수준에 와 있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