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 후폭풍이 정치권에도 불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유한국당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5% 이내로만 제한하는 법안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31일 한국당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문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국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60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한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시장질서를 교란함은 물론 정권 입맛에 따라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한국당을 중심으로 “연금 사회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정권 연금이기 때문에 연금 사회주의라는 우려가 각계·각층에서 쏟아졌다”며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연금 운용의 독립성,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월 김종석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 의결권 5% 제한’ 개정안을 토대로 법안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조 회장 사내이사직 박탈과 관련, “오너가 그만큼 끌고 온 기업인데, 오너를 경영에서 강압적으로 끌어내리면 과연 기업이 더 잘 되겠느냐”며 “국민 노후자금을 소버린이나 엘리엇같은 사모펀드처럼 관리하는 게 맞는 것이냐. 어마어마한 권력 남용 아니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장했다.
다만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8일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국회의원이 개별 회사의 주주총회에 왜 참석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회에서조차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서게 됐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부결이라는 성과를 내며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에 한 걸음 더 내딛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