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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연금 손실이 기업탓?…박능후 장관의 억지 셈법

2019-04-01 14:17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중대하고 위법한 활동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기금에 심각한 손해가 난 경우에 대해서만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 절차에 따라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

최근 국민연금의 행보에 ‘연금사회주의’, ‘기업 경영 간섭’ 등에 대한 우려가 일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달 29일 내놓은 변이다. 기금이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 자산인 것은 맞지만, 그것의 손실을 “적극적인 주주 행사”를 운운하며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이 어쩐지 옹색하다. 

기금이 손실됐다면 투자처를 결정하는 안목이 ‘그것 밖에’ 되지 않는 장관과 국민연금 이사장 스스로를 탓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장관은 ‘기금에 손해를 끼친 기업’이라는 말을 사용해 손실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으로 돌렸다. 그런 기업에 투자를 감행하도록 둔 장관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앞으로 기금이 손실을 입을 때마다 기업 탓을 할 작정인 걸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한다는 엄중함은 사라진 채, 그만큼 쉬운 직업이 없어 보인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남 탓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박 장관의 발언은 ‘손해가 날 것 같은 기업에 투자를 한 뒤 언제든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대한항공이 선례가 됐고, 앞으로 어떤 기업이 표적이 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지키고 싶다면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통해서가 아닌, 기금에 이윤을 가져다 줄 새로운 투자처를 새로 모색하는 것이 옳다. 연금을 통해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 세상에 손해를 내기 위해 일하는 기업은 없다. 모든 기업인은 이윤 창출을 꿈꾼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애써도 운이 나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 활동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대고 ‘잘못하면 언제든 총수 일가를 내쫓을 수 있다’는 식의 엄포를 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기업이 무엇인지, 기업인들이 어떤 심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지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그런 무지한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랍시고 앉아 있는 국민연금에 소중한 월급 일부를 떼어내 강제로 납부해야하는 국민들의 처지가 애처롭다. 거기에다 오는 2057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야 하는 청년들의 미래도 암울하다. 

그뿐인가. ‘그런’ 국민연금이 주주랍시고 권한을 행사하겠다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기업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기업의 ‘기’자도 모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사회주의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고 나서는 이 나라에서 부디 건승하길 바랄 뿐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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