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내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추경의 규모다. 너무 적으면 '경기부양 효과가 적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너무 많으면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미세먼지와 수출 등 경기 대응, 일자리 등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추경안을 준비해 4월 하순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또 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추경 규모가 9조원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구체적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2.6∼2.7% 성장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GDP의 0.5%는 약 9조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추경 10조원이 필요하다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추경 10조원이면 GDP의 0.5% 수준인데, '그 쯤 되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시경제 측면에서만 보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지난해 재정정책은 '결과적으로 확장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이렇게 추경 규모 확대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경기 부양 효과가 미흡'해, 결국 한은에게 '금리 인하 압력 증대'로 돌아오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통화정책과 관련, '지금도 완화적이며, 아직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고수했다.
연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도 그는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대체로 한국 정부의 대규모 추경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최대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상하면서 "금번 추경 편성은 경제성장률에 0.1~0.2%포인트 기여할 전망이며, 정부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40%)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향후 감세, 자본 투자, 연구개발 지원 등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부양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경 편성에 따라 '통화정책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내다봤다.
10조원보다 더 많은 추경을 예측하는 시각도 많다.
블룸버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한국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맞추려면 '추경이 평균 10조 5000억원 필요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규모 추경 편성 시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당초엔 지난해 정부의 세수가 호조여서 적자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 편성에 충분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정작 결산을 해보니 사정이 딴판이 된 것.
지난해 정부 결산 결과, '추경에 동원할 수 있는 재정자금 여유는 629억원에 불과'했다. '미래의 정부 부채'인 공무원.국민연금의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쓰고 남은 잉여금을 합쳐도 1조원이 채 못된다. 여기에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미리 책정해 놓은 예비비를 보태도 2조원 내외 수준이다.
더욱이 올해 1월 재정수입이 전년 대비 6000억원 증가에 그쳤고, 부진한 경제 전망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많은 수준의 세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10조원 추경 시 80% 가량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하고, 고스란히 '정부 및 국민들의 빚이자,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최대한 추경 규모를 줄이고 싶어한다. 3~4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야당의 견제도 한 몫 한다.
대규모 추경은 '경제 실정 무마용'이자 '선심성, 선거용 추경'이라고 야당들은 공격할 태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추경의 정당성에 대해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미세먼지 사태가 이미 추경의 법적 요건인 '국가재난사태'에 포함됐고, 한국당도 이에 찬성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