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사회과학에서 현상이나 비교 대상을 설명하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로 꼽힌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혼동하거나 상관관계를 잘못 해석하면 엄청난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경제현상 분석 및 정책 수립에 있어 샘플링을 잘못한다거나, 얻고자 하는 답을 얻기 위해 분석 대상을 특정화한다면 심각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다양하게 도출되는 통계가 현상을 제대로 묘사했는지, 왜곡된 해석은 없었는지,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올바른 인식 전달 및 시장경제 창달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임금이 62% 가량 낮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파리생제르망(PSG) 선수 네이마르의 연봉이 세계 7대 여자 축구리그 소속 1693명을 합친 수준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남녀임금격차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여성 임금근로자가 남성 대비 가장 적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국가라는 통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근로자 개인이 아닌 성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19세 이하와 20대에서는 남녀 임금근로자의 임금이 비슷하지만, 30대부터 차이가 벌어진다. 전체적으로는 여성 임금근로자가 남성 대비 34.6% 가량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하게 성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력단절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5~54세 기혼여성 취업자 554만9000명 가운데 △결혼 △임신·출산 △가족 돌봄 △육아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5%에 달했다.
네이마르(왼쪽)·이민아/사진=PSG 공식 홈페이지·대한축구협회
이 중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37.5%로 가장 많았으며, 임신·출산(26.8%)과 가족 돌봄(15.1%) 및 육아(13.6%)가 뒤를 이었다. 3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결혼이 경력 단절 사유 1위로 꼽혔으며, 30대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20%를 넘은 연령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여성들이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 40대부터 소득이 급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존 경력단절 여성이 많이 취업했던 시간제 일자리 감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근무시간이 언급됐다. 2017년 기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남성 근로자는 46.0시간, 여성 근로자는 39.6시간으로 5.6시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2017년 주 36시간 이상 근무자 중 남성은 61.6%에 달했던 반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의 경우 여성이 61.2%를 차지했다.
이는 52개 정부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91.3%가 남성 공무원만 숙직을 세운다는 것과 남성 근로자의 초과 근무 시간이 여성보다 많다는 점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 성별·연령별 임금근로자 소득 현황/자료=통계청
대학 전공과 그에 따른 직업 선택도 임금격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남학생들은 공학·과학계열, 여학생들은 인문·사회·교육·보건복지 등의 계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연도별 공학계열 입학생 수를 보면 여학생 비율은 지난 2011년 20.6%에서 2015년 23.8%로 늘어났으나, 여전히 여성 비율이 30%를 밑도는 등 '남초' 현상이 심한 상황이다.
또한 2017년 말 기준 공학계열 졸업자 출신 취업자의 평균 소득이 타 계열(의약계열 제외) 대비 월 350만원 이상 높다는 점이 남녀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학계열 전공자는 IT를 비롯한 직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녀임금격차를 근거로 국내외에서는 이를 해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직업·경력·근무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성별에 의한 격차라고 주장하는 것은 '호도한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