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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위기에 빛난 리더십…대한항공 글로벌 항공사 견인

2019-04-08 10:29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친 항공 전문가다. 이 같은 경험은 조 회장이 유일무이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영자이자, 세계 항공업계의 존경을 받는 경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조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재직기간 중 대한민국의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조인트 벤처 조인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몸을 담은 이래 회사의 존폐를 흔드는 위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 무한 경쟁의 서막을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고, 전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 위기로 움츠릴 때 앞을 내다본 선제적 해법을 찾았다.

큰 위기마다 조 회장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 위기가 정점일 당시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또 이라크 전쟁, 사스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 조 회장은 이 시기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결국 이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조 회장은 전 세계 항공업계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간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시대의 변화를 내다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한항공과 차별화된 별도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했다. 진에어는 저비용 신규 수요를 창출, 대한민국 항공시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출범 당시 8대뿐이던 대한항공의 항공기는 166대로 증가했으며, 일본 3개 도시 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늘었으며, 연간 수송 여객 숫자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다. 이와 같은 도전과 역경, 성취와 도약의 역사가 담긴 대한항공의 여정에는 조 회장의 발자취가 짙게 남아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 제고를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왔다.

특히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UN’이라고 불리우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언권을 높여왔다. 조 회장은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을 맡았다. 이후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도 맡아왔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 항공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조 회장의 IATA에서의 위상은 2019년 IATA 연차총회를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기폭제가 됐다.

아울러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고심했다.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의 잇따른 조인트 벤처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이 떨어지자, 조 회장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추진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 대한민국 환승 경쟁력은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대한민국 항공시장의 규모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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