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NH농협금융그룹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지원으로 디지털 금융 확대 복안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핀테크(Fin-Tech)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경영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은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해있던 과거 전산센터를 새롭게 리모델링해 'NH디지털혁신캠퍼스' 공간으로 꾸렸다.
현장에는 농협과 상생 차원에서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입주한 상태로 그룹 내 R&D 투자와 디지털금융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과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8일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디지털 키오스크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NH농협은행 제공
농협금융은 지난 8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NH디지털혁신캠퍼스'의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농협은행은 국내 금융사가 세운 핀테크 혁신센터 가운데 가장 넓은 규모로 센터를 오픈했다.
센터 내에는 기존까지 흩어져 있던 농협금융의 디지털 인력들이 모일 예정으로 스타트업 33개사도 입주한다. 이들 회사는 농협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발굴한 유망 스타트업이다.
올해 초 진행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NH 디지털 챌린지'의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됐으며, 최종 경쟁률 8대 1을 뚫고 농업·식품 분야 5개사, 금융 19개사, 부동산 5개사, 기타 업종 4개사가 농협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을 이용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각각 농협의 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기대 중이다.
같은날 기자가 직접 찾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 5층에는 3~4곳의 기업들이 입주를 마친 상태였다. AI 기반 신재생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에너닷, 부동산 가격예측 AI 플랫폼 등을 만드는 알케미랩, 빅데이터 기반 금융사기 보호서비스를 만드는 데이터유니버스 등은 각각 센터 내에 사무실을 차렸다.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는 "보이스피싱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범죄 연루 시 피해보상 등을 제공해주는 앱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6월부터 B트랙 기업으로 선정돼 업무 공간 제공과 같은 인큐베이팅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은행들이 많은 예방활동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원 형태에 따라 A트랙과 B트랙으로 나눠진다. A트랙에는 사무실 제공과 경영 컨설팅, 초기 자본금 투자 등을 지원하고 B트랙은 자금 지원만 제외하는 방식이다.
현장에 입주한 알케미랩, 데이터유니버스는 B트랙으로 에너닷만 A트랙 지원사다. 이 업체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거래 중개, 가치평가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발전소의 사용량을 수시로 측정해 알려주는 관제 시스템, 태양광으로 모은 전력을 이웃 주민에게 내다파는 신재생에너지 개인간(P2P)거래, 발전소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현재 이 기업은 교대역에 본사를 둔 채 센터 내에는 엔지니어만 상주 중이다.
이동영 에너닷 대표이사는 "4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자금 지원, 업무 협업 가능성 등을 토대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다른 은행이 선정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지만, 초기 지원 규모나 업무 공간성, 지방 출장 등의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농협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입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금융(PF) 확대 차원에서 이 회사를 지원 기업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최근 전사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소 사업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PF를 통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마다 사업 계획상 부실 가능성을 판단할만한 데이터가 부족해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상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입주 기업인 알케미랩의 경우 AI를 누구나 이용하기 쉽게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농산물 가격 예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보승 알케미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농민들 중 농작물을 심어놓고 가격 폭락 등으로 밭갈이(밭을 갈아 엎어 농작물 판매를 포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가격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30대 청년들로 구성된 신생 스타트업인데 아파트 경매에 대한 낙찰가율 예측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 중에 있다.
고 COO는 "농협의 API를 제공받고 사업상 파트십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프로그램 지원에 신청하게 됐다"며 "센터 내에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어 이들로부터 조언을 얻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심사기간을 포함해 최장 2년까지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협금융은 앞으로 200억원 규모의 범농협 펀드를 조성해 입주 기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