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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양호 회장 죽음의 의미

2019-04-09 11:28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겪어낸 일련의 사건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에서 ‘사내이사 연임 부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을 참담함을 어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마 인생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곧바로 병세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수사를 받는 동안 “꼼수를 부린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이를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미국에서 폐 수술을 받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그에게 살아갈 의지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조 회장의 이름 옆에 따라다니던 ‘경영권 박탈’이라는 말은 그의 인생을 박탈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읽혔을 것이다. ‘수송보국’이라는 일념 하에 대한항공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낸 그의 죽임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그간 조 회장에게 “물러나라”고 외쳐댔던 참여연대와 민변, 대한항공 내부의 일부 직원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들이 ‘정의’라는 미명 하에 외친 말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무리 됐다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이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면 이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N분의 1로 나눠져 아무런 책임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대한항공을 ‘적폐기업’으로 낙인찍어 난도질당하도록 조장한 문재인 정부도 총수의 죽음이라는 결말과 무관치 않다. 국민연금을 앞세워 조 회장의 사내이사연임 부결을 선동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압수수색과 소환으로 한진 일가를 압박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빌미를 제공한 조 회장의 가족도 잘 한 것은 없다. 조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던졌다던 그 물 컵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화였다. 전후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 속내를 인내하고 들어줄 이는 애석하게도 몇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것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때다 싶어’ 특정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조 회장의 죽음에서 재산권 탈취라는 사회주의 광풍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참혹하다. 이 같은 어리석고 후진적인 행태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기업인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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