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2019 서울모터'가 끝났다. 행사기간 중 관람객 총 62만 여명이 넘게 방문했다.
신차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인파들도 있겠지만 행사기간의 대부분 대기 질이 좋지 못했고 쌀쌀한 날씨 탓에 실내 행사로 인파가 몰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모터쇼는 기존 가족의 달 5월을 기해 열리던 행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 빨리 진행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 등의 행사를 인식한 눈치다. 같은 종류의 행사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피해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중국의 모터쇼들과 국내 모터쇼는 규모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긴하다. 중국의 경우 자국의 차량들만 모아놓아도 국내모터쇼 규모를 넘어설 만큼 다양한 차량과 업체들이 참가한다.
하지만 국내는 완성차 브랜드가 6개사가 전부이고 이마저도 현대차그룹의 브랜드가 절반인 3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차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이에 조직위원회는 행사의 실속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보였다.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이라는 나름 그럴싸한 주제도 앞세웠다. 나아가 역대 최대 규모인 227곳의 업체가 이번 모터쇼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부분들만 조명한다면 획기적인 변화로 보였다. 글로벌 메이저 급 모터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조직위원회는 아젠다를 통해 모터쇼에서 그치지 않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와 같은 행사로 성장시킬 것을 암시했다.
2019 서울모터쇼 전경 /사진=서울모터쇼 조직위
참가업체에는 SK와 같은 IT업체가 참석했고 전기차의 선구자격인 테슬라, 국내 최대 부품사 현대모비스도 미래기술 소개 등을 위해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본행사가 시작해 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다.
올해 역시 국내 타이어 3사는 이번에도 서울모터쇼를 등졌다. “모터쇼 같은 데 안 나가도 어차피 내수시장은 잘 팔린다”는 게 이유다. 이 업체들은 중국의 모터쇼에는 항상 참석하고 있다. 국내 모터쇼를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에 이어 연간 1000만 대를 판매하는 독일 아우디폭스바겐그룹도 "판매 차종이 없다"는 이유로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가 없어서 못 팔고 있다"는 볼보도 이번 모터쇼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상징적인 의미라도 글로벌 모터쇼에 참석하는 슈퍼카들의 대부분도 참가를 하지 않았다. 운전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할 모터쇼가 안타깝게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빈자리는 자동차가 아닌 다른 기업들이 채웠다. 전동 안마의자업계 양대 산맥인 브랜드가 1관과 2관에 나눠 등장했고 커피머신 업체도 부스를 채우고 있었다. 또 신선식품 업체 등이 참가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참가업체는 역대 최대인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 역시 이같은 서울모터쇼를 피해 신차를 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민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DN8)의 출시를 모터쇼 몇일 전에 출시하고 이슈가 집중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역시 브랜드의 아이코닉모델 신형 코란도의 출시를 한 달전에 끝내고 정작 모터쇼에서는 미래비전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역시 서울모터쇼를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모터쇼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콘셉트카를 비롯해 다양한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고 대통령과 총리 역시 방문했지만 이제는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내 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큰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물론 모터쇼에 귀빈이 누가 참석을 하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참가업체들은 막대한 예산을 집행해 큰 비용을 지출해가며 참석한다는 점은 주최측이 간과해서는 안된다.
갈수록 글로벌 모터쇼가 축소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든 만큼 서울모터쇼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발걸음을 보인 것은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이 참가 업체수의 개수를 늘려 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멈추는 과오는 피하길 바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