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의 지속된 판매부진으로 양사모두 생산물량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떨어진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등의 내홍을 겪고 있어서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측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모두 국내 공장이 글로벌 생산기지 중 한곳으로 효율성을 중시하는 본사의 취지에 반하는 노조의 주장으로 갈수록 입장이 난체해 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52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했고 이날 53번째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9일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실력행사다.
르노삼성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9일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에서 교섭을 진두지휘해 온 이기인 르노삼성 제조본부장(부사장)은 교섭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노조 대표들에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해 장기 파업을 규발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노사가 단결해 파국만은 피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요구사항은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생산라인 운영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내용들이다. 노조 집행부는 르노 본사가 임단협 타결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달 8일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시 노사 합의, 추가 인원 200명 투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일 교섭에서는 조합원에게 작업전환을 강제할 경우 해당 부서장 징계하고, 해당 직원에게 통상임금 500%를 지급한 뒤 위로휴가까지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9일 교섭에서도 이같은 요구사항을 고수했으며, 사측이 인사권 간섭이라는 점을 들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자 결국 10일부터 부분파업 재개에 나선 것이다.
일단 이번주는 10일과 12일 각각 주야 4시간씩 파업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총 52차례에 걸쳐 21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이번 파업 재개로 횟수와 시간,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사상 최대를 경신하게 됐다.
노조 파업은 장기적으로 르노삼성의 구조조정 위기, 나아가 존폐 위기까지 촉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로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쿠페형 SUV 'LJL(국내명 XM3)'의 유럽 수출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르노가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당초 르노는 르노삼성 노사에 LJL 물량 배정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3월 8일까지 임단협 타결을 요구했으나 노조의 버티기로 무산된 상태다.
사측은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지난달 프랑스 르노 본사를 방문해 LJL 수출 물량의 부산공장 배정을 다시 한 번 당부했지만, 노조 파업이 계속된다면 르노삼성이 물량 배정을 요구할 명분도 점점 희박해진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잦은 파업으로 생산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자 르노 스페인 공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공장에서 LJL을 생산하려면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나 생산성 면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어 르노삼성이 분리한 입장이다.
지난해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미디어펜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철수설에 휩싸이며 신뢰를 잃은 한국지엠의 경우 판매가 줄며 본사로부터 일시적인 생산 축소를 주문받았다. 한국지엠은 현재 부평 2공장의 라인운영속도 변경(잡다운)을 두고 협의중이고 창원공장은 조립 1라인을 1교대 전환을 추진중이다.
이를 두고 노조에서는 본사가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차종인 말리부가 올해 1분기 내수 판매가 337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어들었다. 또 창원공장의 다마스와 라보는 올해 1분기 판매가 18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지만, 경차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스파크 판매량은 1분기에 7241대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12.4% 줄었다. 이에 사측은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할 것으로 요청했고 노조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판매부진은 지난해 공장 폐쇄와 임단협의 장기화에 따른 파업 등과 같은 마찰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한몫을 한다. 노사간의 마찰로 철수설이 불거지며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신뢰회복을 우선으로 해야 될 한국지엠이지만 지속적인 노조의 실력행사로 마찰은 빚은 바 있고 최근엔 R&D센터 분리에 반대하며 이슈가 된 바 있다.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지만 노조는 이에 반대 되는 단체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가장 큰 강점은 효율성이지만 국내 공장들의 경우 이부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회사측의 입장에 반대만 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 질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