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항공기 등록’과 ‘신규 노선 취항’ 등의 제재를 받고 있는 진에어가 여전히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약속한 개선 방안을 이행 했지만 국토부가 해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에어는 항공기 도입은 물론, 향후 있을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커 항공사로서의 성장 여지가 차단된 상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루 속히 제재를 풀어 진에어가 항공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진에어에 가해진 제재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진에어 쪽에서 과거와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들을 토대로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8월 국토부로부터 신규 항공기 등록과 신규 노선 취항 등의 제재를 받았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경영’이 제재의 이유였다. 조 전 전무는 당시 이른바 ‘물 컵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에어가 청문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충분히 이행돼 진에어의 경영행태가 정상화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라며 “진에어 사태를 계기로 항공 산업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진에어가 국토부에 제출한 개선 대책은 △진에어 경영 결정에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사외이사 권한 강화 △내부신고제 도입 △사내고충처리시스템 보완 등이다.
진에어는 그동안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제출하고 이사회 강화 및 법무실 신설, 사내 고충 처리시스템 구축을 이행해 왔다. 또 지난 달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때문에 업계에선 국토부의 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에 대해 “경영문화 발전 노력과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통해 국토부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해볼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토부는 ‘제재 해지’ 여부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개선대책을 이행했다고 해서 바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국토부가 시간을 끄는 동안 진에어는 지난 달 완료된 몽골 운수권 배분에 도전조차 하지 못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 운수권 배분도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규 항공기 도입에도 나서지 못해 항공사로서의 성장이 멈춰있는 상태다.
이에 진에어 노조는 지난 달 28일 ‘진에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동조합 성명서’를 발표해 “국토부의 제재는 행정절차를 무시한 기한 없는 제재”라며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학계에서도 진에어에 가해진 잣대가 ‘가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에어는 LCC 최초로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등 선두에 있는 항공사”라며 “그런 회사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제재에 가해지면 결과적으로 항공 산업에도 차질이 생기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공 산업을 국내 시장의 눈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며 “제재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항공 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제 제재를 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