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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화랑들이 1200년전 울진 성류굴에 새긴 글씨 발견

2019-04-11 10:20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 글씨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천연기념물 제155호 울진 성류굴에서 1200여 년 전에 화랑과 승려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씨가 발견됐다.

성류굴은 지난 2015년 입구 위 바위에 신라시대 금석문 수십 자가 새겨졌다는 사실이 소개됐으나, 동굴 내부에서 명문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울진군 관계자들이 성류굴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동굴을 조사하던 중, 입구에서 230여m 떨어진 지점 주변에서 각석(刻石) 명문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불영사 계곡 부근에 있는 성류굴은 전체 길이가 약 800m인 석회암 동굴로, 글씨는 일반인 접근이 제한된 지역의 석주·석순·암벽에 음각 형태로 새겼고, 글자의 크기는 다양하며, 대부분 정자체인 해서(楷書)이고 일부가 약간 흘려서 쓴 행서(行書)다.

명문 중 하나는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으로, 정원 14년 8월 25일에 승려 범렴이 다녀갔다는 의미인데, 정원(貞元)은 중국 당나라 황제 덕종이 785년부터 사용한 연호다.

이 명문 주위에는 화랑 이름으로 생각되는 '공랑'(共郞), '임랑'(林郞)과 소를 뜻하는 '우'(牛)라는 글자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류굴이 신라시대 화랑이나 승려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명승지였으며, 수련 장소로도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며 "동물 이름으로 보아 화랑들이 동굴에서 의례를 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류굴에서는 또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 같은 간지, 통일신라시대 관직 명칭인 '병부사'(兵府史), 조선시대 율진현령을 지낸 '이복연'(李復淵)이라는 글자도 확인됐다.

그중 신유년과 경진년은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에 있는 글자인 '을사년'(乙巳年, 525년 추정)과 비슷한 시기에 새긴 것으로 보이며, 524년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 해서와 같은 서체도 발견됐다.

모래시계 모양의 다섯 오(五)자도 3개가 발견됐고, 장천(長川)이라는 글자도 나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려 후기 문인인 이곡이 1349년에 쓴 동유기(東遊記)에 처음 등장하는 '장천'이라는 말은 그동안 '긴 하천'으로 해석했는데, 성류굴에서 '장천' 글자가 확인되면서 울진에 있는 하천인 왕피천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류굴 명문은 신라시대 정치·사회사와 화랑 제도 연구에 도움이 되는 사료"라며 "각석 명문을 실측하고 기록화 작업을 벌이며, 연차별 정밀 학술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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