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과 LG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사업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양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는 한편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며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3월 8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하만은 최근 독일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CES 2019 삼성전자 부스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개인에게 최적화된 환경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는 차량용 '디지털 콕핏 2019'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만은 '2019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핵심 전장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만은 중국 대형 전기차 생산업체 'BJEV(베이징 일렉트릭 비히클)'가 선보인 프리미엄 차량 '아크폭스'에 디지털 콕핏을 제공하기로 했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 내에 설치된 첨단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멀티디스플레이를 통칭한다.
또 하만은 중국 자동차 업체 '창청자동차(GWM)'에 차량용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와 사이버보안, OTA 솔루션(소프트웨어 자동 무선 업데이트)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 '리딩 아이디얼'과도 자동차용 이더넷·HMA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독일 BMW와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2년여간 삼성과 기술 시너지 강화에 집중한 하만의 성과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커넥티드 기술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삼성의 IT 기술과 하만의 전장 노하우가 결합되면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엑시노스 오토‘를 론칭한 뒤 독일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2017년 9월 삼성전자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 확보를 위해 3억 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 조성하기도 했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 역시 전장사업 강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삼성SDI는 자동차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의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LG 역시 전장사업의 업그레이드 전략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LG는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전장사업의 속도전을 예고한 바 있다. 그룹 지주사인 ㈜LG는 자동차 부품팀을 신설하고 한국타이어 출신 김형남 부사장을 영입해 계열사간 자동차부품사업의 조율을 맡겼다. LG전자는 기존 VC사업본부를 VS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해 LG전자와 ㈜LG는 지난해 11억유로를 투입해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인 ZWK를 인수하기도 했다.
LG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전장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국내 기업 최초로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분야의 국제표준단체인 ‘오토사’의 ‘스트래티직 파트너’ 자격을 획득했다. 스트래티직 파트너 자격을 얻은 기업은 LG전자와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 ‘덴소’뿐이다.
오토사는 표준 규격과 플랫폼의 개발일정을 단축하고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 새롭게 스트래티직 파트너 등급을 도입했다. 스트래티직 파트너는 표준 규격 제정뿐 아니라 단체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2005년 정보안내디스플레이(CID)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한 LG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14년 만에 누적 판매 1억대를 돌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와 IT의 융합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 분야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2조원을 목표로 LTPS(저온폴리실리콘) 기반의 고해상도 LCD와 화질 및 디자인 자유도가 강점인 P-OLED(플라스틱OLED)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차량용 모터·센서 및 통신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과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LG화학도 LG 전장사업의 한 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 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계열사들의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