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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과 문화예술 마케팅의 물적 증거

2019-04-22 10:4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물적 증거(Physical evidence)란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과 어떤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데 필요한 물리적인 설비가 모두 해당된다. 다시 말해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환경과 시설은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물적 증거이다.

소비자들은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가시적 증거에 따라 문화예술 서비스를 평가하고 만족감을 나타낸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환경과 시설은 고객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물리적 증거는 마케팅 믹스의 핵심 요인이다. 물적 증거에는 물리적 환경과 기타 유형적 요인이 있다.
 
물적 증거의 첫 번째 구성요인인 물리적 환경(Physical environment)은 관객이나 관람객이 참여하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같은 공간적 환경이다. 관객이나 관람객의 숫자는 공연장의 좌석 수나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리적 환경은 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으로 크게 나눠진다. 

외부 환경은 공연이나 전시 시설의 외형, 간판, 안내 표지판, 주차장, 주변 여건 등이다. 고객을 새로 확보하려고 할 때 외부 환경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첫 번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외부 환경 못지않게 내부 환경도 중요하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의 내부 장식, 내부 표지판, 벽의 색상, 가구, 조명, 로비, 내부 시설물, 안내 창구, 공기의 질, 향기, 실내온도 같은 여러 가지가 내부 환경에 해당된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대영박물관 및 바티칸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Musée du Louvre)이 명소로 지정된 데에는 물적 증거인 외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루브르박물관의 정문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貝聿銘)가 1989년에 설계한 유리 피라미드는 건축 당시에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지만 지금은 루브르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인 유리 피라미드는 박물관의 외형을 한층 더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유리 피라미드의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지하의 나폴레옹홀로 이어지고, 거기에 안내 센터, 매표소, 서점, 물품 보관소, 박물관숍 같은 물적 증거들이 있다. 안내 센터에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팸플릿이 있다.

주요 작품의 위치를 설명한 팸플릿 역시 박물관을 관람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적 증거다.
가장 훌륭한 박물관은 관람객이 넘치는 박물관이다. 루브르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지정되고 프랑스의 관광 명소로 꼽혀 사람이 넘치는 데는 유리 피라미드를 비롯한 아름다운 외관과 관광객들을 배려한 팸플릿 같은 물적 증거들도 제몫을 다하기 때문이다.

루브르박물관 안내 센터.(2016)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물적 증거의 두 번째 구성요인은 기타 유형적 요인(Other tangibles)으로, 물리적 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소소한 것들이다. 사소한 차이가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소한 것들이라고 해서 가볍게 지나치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직원 유니폼, 광고 팸플릿, 로고 메모지, 입장 티켓 디자인, 영수증, 명함, 문구, 홈페이지 웹 사이트, 사이버 공간 같은 기타 유형적 요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타 유형적 요인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평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내부 구성원의 업무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뮤지엄샵의 레이블은 기타 유형적 요인이다. 이 미술관의 문화상품에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포장에 그 문화상품의 모티브를 제공한 원본 문화예술작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레이블이 붙어있다.

물적 증거 전략은 온라인에도 똑같이 적용해 온라인 뮤지엄샵에서 문화상품을 클릭하면 해당 상품의 모티브가 된 소장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뮤지엄샵에서 구입한 문화상품과 다른 문화상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한 전략이다.

성남아트센터의 전경과 공연장의 모습 (출처: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국내에서도 성남아트센터는 물리적 환경과 기타 유형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물적 증거가 차고 넘친다. 성남아트센터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복합문화술 공간이다. 2005년 4월에 개관한 이후 지역 정서를 고려해 지역밀착형 문화 공간을 지향해 왔다.

물리적 환경인 주요 시설에는 1804석의 오페라하우스, 994석의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 같은 공연예술 공간과 미술관, 미디어홀, 큐브미술관 같은 시각예술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시설로 구성돼 있다.
 
성남아트센터에서는 공연과 시각예술 공간 외에도 '책 테마파크'와 '아이플라자(I-plaza)'라는 종합 서비스 공간을 갖춰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 밖에도 춤의 광장, 음악 분수, 빛의 계단 같은 볼거리 및 휴식공간을 마련하였다. 성남아트센터는 수준 높은 물적 증거를 제공함으로써, 성남시민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결국 물적 증거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이미지와 평판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환경과 시설은 물론 서비스에 관련되는 모든 유형적 요인들은 문화예술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설계되고 배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어떤 공연이나 전시회가 문화예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게 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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