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가 미국의 이란산 석유 금지 조치에 대해 "전형적인 일방주의 패권"이라고 꼬집은 가운데 관세전쟁으로 시끄러웠던 미중간 또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중국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주요국들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기로 하자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3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제재는 일방주의 패권이다. 이러한 일방적 제재는 이란 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게 손실을 입힐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익과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와 이란의 핵 협정을 공동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란과의 우호 관계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에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잘못된 행위를 저지르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국무부가 내달 2일 0시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해 자금줄을 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자 중국이 핏대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하루 평균 61만3000배럴을 사가고 있는 최대 고객이다. 이는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인 110만배럴의 50%가 넘는 규모다.
앞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대(對)이란 경제 제재 조치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터키 등 8개국에 다른 원유수입국을 물색하라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바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대만 등 3개국은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로’로 줄인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이란 핵합의 입장을 견지하며 이란산 석유를 싼값에 사들이는 등 경제적 이익을 얻어왔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제재에 끄덕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21일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과 만나 “국제정세와 지역 정세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란과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중국의 바람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최종 무역협상도 아직…건건사사 맞서는 미·중
이번 미국의 제재로 미국과 중국간 패권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해 7월부터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 때문에 저렴한 수입 제품이 들어와 현지 공장이 문을 닫고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했다. 특히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총 2500억달러(약 282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무역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중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25%,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10% 관세가 책정됐다.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올해부터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양국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중은 해당 사안을 두고 지난 수개월간 4차례의 고위급 무역회담을 거쳤으며 이달 말 5차 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 월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중 협상단은 5차 회담에서 관세 완전 철회와 철회 시기 등에 대해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최근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계속 유지하고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긴 10% 관세만 무역 합의에 따라 일부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미국이 관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세우는 등 무역보복에 나선다면 결국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국 간 개선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