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채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당은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는 모양새다. 당장 여야는 추가경정예산과 각종 민생법안 심사에 나서야 하지만, 꼬여버린 정국 속에 국회 자체가 멈춰설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가진 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낸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해 “면목이 없다”는 일종의 사과문이다.
그러나 합의문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한국당 책임론’에 방점이 찍혔다. 이들은 “오랜 정치개혁 과제인 선거제도 및 사법기관 개혁에 여야 4당의 절대 다수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그런데 38%의 의석을 점하는 한국당의 반대로 그간 관련 법안 논의조차 못 했다”고 우선 짚었다.
이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논의조차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비록 당 차원의 유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정치는 민의와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그 숙명”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특히 “여야 4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들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지만, 향후 본회의에서 이대로 처리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열린 자세로 한국당과 협의하겠다. 오늘 오후라도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경색된 정국 해소를 위한 협상 테이블을 제안함과 동시에 한국당에 공을 넘기려는 속내로 읽힌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당은 되레 장외투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의 분노를 담아낼 집회와 범국민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전국의 민생현장을 찾아 국민과 함께 싸우는 국민 중심의 새로운 투쟁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 “저들은 ‘민심 조작 선거법’과 ‘공포정치 수사처’를 동원해 선거에 이기고 정권을 잡을 것으로 자신하지만, 국민은 그런 반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폭력과 폭압으로 의회 쿠데타를 자행한 문재인 정권이 뻔뻔하게 민생국회를 운운하는데, 민생을 생각하면 국회를 뇌사상태로 만들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추경을 두고서는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앞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면 20대 국회는 없다”고 선언하기도 한 한국당은 일단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치고, 주말마다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의총에서 발언 중인 황교안 대표./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