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이 자사의 호텔 브랜드 상표권을 자신과 자녀가 보유한 회사에 제공하고, 관광 자회사를 통해 브랜드를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뒷주머니를 채운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이 그룹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APD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기게 한 사실을 적발, 과징금 총 13억500만원을 부과하고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2013년 호텔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를 개발한 뒤 APD에 브랜드 상표권을 출원하게 했는데, APD는 2010년 이 회장(지분 55%)과 장남인 이동훈(45%, 19세)씨가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법인 설립 당시 동훈씨는 초등학생이었다.
이듬해에는 여의도 사옥을 호텔인 여의도 글래드 호텔로 재건축했고, 호텔 임차운영사인 오라관광이 2015년 말 APD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6년에는 제주 메종 글래드 호텔과 글래드 라이브 강남호텔도 글래드 계열 브랜드를 사용토록 계약했다.
2016년 1월부터 작년 7월까지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는 31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PD는 오는 2026년까지 약 10년간 253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기로 돼 있었다.
공정위는 오라관광이 APD와 체결한 브랜드 수수료 계약에 따라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있다.
오라관광은 APD에 브랜드 사용권과 브랜드스탠더드 명목으로 매출액의 1~1.5%를 지급하고, 다시 매출액의 1~1.4%를 마케팅 분담금 명목으로 줘야 했는데, 브랜드스탠더드는 호텔 시공이나 운영 과정에서 브랜드를 사용하는 호텔이 준수해야 하는 기준이다.
APD가 호텔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호텔 운영 경험도 브랜드 인프라도 없음에도 양사는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 유명 해외 프랜차이즈호텔 사업자의 수수료 항목과 수준으로 계약을 맺었다.
수수료 협의 과정에서도 거래 당사자가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했다.
APD는 호텔의 브랜드스탠더드를 만들 능력이 없어 결국 오라관광이 상당 부분을 대신 구축했고, 역으로 자신이 구축한 브랜드스탠더드를 APD에 제공하기도 했으며,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는 아예 제공되지도 않았다.
APD는 브랜드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무형의 이익도 얻었다.
2017년 2차례에 걸쳐 글래드 브랜드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1차 감정가격은 100억원, 2차 감정가격은 69억원이었던 것.
공정위는 대림산업의 이와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중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대림산업 4억 300만원, 오라관광 7억 3300만원, APD 1억 6900만원이다.
이 회장뿐만 아니라 대림산업과 오라관광도 검찰에 고발되는데, 공정위는 이 회장이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등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과 동훈씨는 지난해 7월 APD 지분 전부를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이번 조치는 사업기회 제공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한 첫 사례로, 총수일가 개인회사에 유망한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계열사들이 해당 회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회장과 아들이 배당이나 임금은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가 이익을 보게 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