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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만난 원로들, 탕평·통합 지적에 “적폐수사 정부가 통제 못해”

2019-05-02 17:47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김지형 전 대법관 등 사회원로 12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가량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정치권의 갈등이 우려스럽다”면서도 “국정농단 사법농단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진보 보수 프레임을 없애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고, 어느 정도는 성과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원로들 사이에서는 특히 여당답지 못한 민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갈등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아울러 탈원전 명칭이 잘못됐고, 우리의 우수한 원전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나아가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정권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고, 경제정책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먼저 “우리사회에 대해 걱정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저도 정치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도 있다”면서 “그래도 각오했던 일이기 때문에 제가 반드시 감당해내고 또 국민께 실망을 드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것이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 격렬하게 대립하고, 그에 따라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가장 걱정스럽다”며 최근 국빈 방한한 칠레 대통령을 수행한 야당의원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삐녜라 칠레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여소야대 상황이라서 정치적 대립이 많지만, 여야 간에 외교 문제나 경제를 발전시키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참으로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좀 더 협치 노력을 해야 하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당연히 노력을 더 해 나가겠다”면서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정치 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도록 분기별 개최에 다 합의했는데도 두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말도 많이 듣는다”고 말한 뒤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와 검찰 상황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에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그래서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을 이룬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데 공감이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된 원로들 가운데 특히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야당의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민주당도 같은 패턴을 보여왔다”며 “정권 초반에는 ‘선명 야당’이 되기 위해 극한 투쟁을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인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대통령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장관은 지금의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충돌 정국 상황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주당은 여당이 된지 2년이 됐는데 야당처럼 보이고 있다.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며 “이런 국면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대통령이 정국을 직접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식 전 청와대 비서실장(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은 현 정권에 필요한 것으로 탕평과 통합, 국민불안 해소, 탈원전 명칭 변경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은 한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다. 탕평과 통합, 널리 인재등용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경제적‧정치적‧사회적‧국제정세적 불안을 빨리 종식시켜야 할텐데 그 중에서도 경제애 대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경제 문제에서 성과를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또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돼 있다”면서 “정부에서 탈원전이라는 명칭보다 에너지믹스, 단계적 에너지 전환으로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송호근 포항공재 석좌교수는 “정권이 2년이 되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2년의 평가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주도성장은 어떨까. 주휴수당만이라도 고용부에서 피고용자에게 주면 고용증대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매일 언론을 쫓아가면 사태의 본질 파악이 안된다. 긴 안목에서 기존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의 치적을 들어 “21세에 보위에 오른 세종이 35년동안 500년의 사회를 끌고갈 수 있는 기초를 다졌고, 그 혜택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100년, 500년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원로들의 발언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 대해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세상만 되어도 우리나라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진보 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됐다. 진보 보수는 이미 의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프레임을 없애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고, 어느 정도는 성과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인상은 반기는 국민도 있고, 반대하는 국민도 있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하나의 거대한 갈등과 같다”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일본과 아주 좋은 외교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경제와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서 끊임없이 파생되는 문제들이 나오고 있고, 요즘은 일본이 그런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원로들께서 일본사람들하고도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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