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한국산 철강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한 데 이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입히며 한국 철강사들의 수출길을 좁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국 관세 대신 쿼터제(수출 물량 제한)를 선택한 국내 철강사들이 반덤핑 관세 폭탄까지 입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 쿼터를 부여받는 데다 미국이 최근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입히면서 수출길이 좁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시장다변화, 현지 생산체제 구축 등 대응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26억5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브라질 발레 광재댐 붕괴 등 원료 수급 불안정에 따른 철강재 단가가 회복세를 보였다”며 “그럼에도 미국의 수입 규제 확산에 따른 물량이 감소해 철강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일 외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당시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미국과 합의했다. 쿼터를 수용한 국가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3개국이다.
이에 유정용 강관 등 철강 제품 제작이 주력인 세아제강, 현대제철, 휴스틸, 동부제철 등은 대미 수출량 감소를 면치 못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5~2017년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제품은 연평균 383만톤(t)이었다. 지난해에는 쿼터를 적용받으면서 268만t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금액 기준으로도 13% 이상 감소했다.
미국이 철강 쿼터에 대해 선별적 면제를 허용하는 ‘품목 제외’를 도입해 국내 철강사들의 미국 수출길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으나 실제 쿼터 면제 승인을 받은 물량은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자국에서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거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품목에 한해 쿼터를 면제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의 쿼터 면제를 신청할 경우 미 상무부가 심사를 거쳐 승인할 수 있다.
조지메이슨대학 부설 연구기관인 머카터스센터이 원산지별로 품목 제외 신청을 분석한 결과 한국산 철강에 대한 승인 물량은 2만7000t으로 중국(30만t), 일본(108만t)보다 낮았다.
여기에 최대 50%가 넘는 반덤핑 고율까지 겹치며 철강사들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7일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관세 2차 연례재심 예비판정을 열고 넥스틸에 59.09%, 세아제강에 26.47%, 현대제철에 41.53%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넥스틸에 16.58%, 세아제강에 14.39%, 현대제철 18.7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진 관세율이다. 앞서 2015년 열린 원심 최종판정에선 넥스틸 4.36%, 세아제강 2.53%, 현대제철 6.19%의 반던핑 관세를 부과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