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개장한 지난 3일 오전 고객들이 성동구 블루보틀 성수점에 줄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지난 2016년 7월 서울 강남대로에는 미국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먹기 위해 매일 수백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방에서 이 버거를 먹기 위해 KTX를 타고 왔다는 고객도 있었고 매장 앞에서 아예 밤을 새우는 고객도 있었다.
이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SPC그룹 측은 만에 하나 발생할 안전사고에 대비해 줄을 서는 고객들에게 더위를 피할 수 있게 우산이나 생수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약 3년 만에 서울에 또 한 번 '쉐이크쉑의 데자뷰'가 생겨난 듯하다. 이 브랜드 역시 미국에서 왔다. 바로 '블루보틀'이다.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블로보틀의 한국 1호점 앞에는 커피 한잔을 맛보기 위해 매일 수백 명의 사람이 몇 시간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쉐이크쉑과 블루보틀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먼저 접하고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들어온 경로도 미국에서 시작했다가 가까운 일본에서 크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이후 한국에 들어오는 방식이다.
가격도 일본과 거의 비슷하게 책정해 '코리아 프라이스' 논란을 피해갔다. 해외여행과 SNS가 보편화한 세상에 가격을 함부로 높게 책정해 돌아올 후폭풍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블루보틀도 쉐이크쉑처럼 오래가지 않아 인기가 시들해질까?
이번 블루보틀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은 개인적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저항선'이다.
쉐이크쉑이 한국에 들어올 때 버거 세트(쉐이크쉑은 세트로 판매하지 않아 버거+프라이즈+음료 계산 가격)를 1만원 이상 지급한다는 건 가격 부담이 컸다. 당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에서 판매하는 버거 세트는 5000~6000원대가 대부분이었다. 버거 한 개를 먹기 위해 1만원 이상 지불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그렇지 않다. 블루보틀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5000원. 커피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아메리카노를 4100원에 판매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스타벅스에는 음료 한잔 당 5000원이 넘는 것들도 많다. 커피빈과 폴바셋 등도 블루보틀과 큰 가격 차이가 없다. 그 외에도 시중에는 커피 한잔에 70000~8000원이 넘게 판매하는 곳들도 많다.
어느새 우리에겐 커피 한잔 5000원은 '적당한 가격'이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의 가격 차이가 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인가. 그동안 커피 한잔을 위해 너무 비싼 가격을 지급해왔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블루보틀에서 사용하는 우유는 유기농 브랜드인 '상하목장'을 사용한다.
블루보틀이 쉐이크쉑가 가장 다른 점은 '가격 저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커피 한잔에 5000원을 지급하는 데 큰 저항감이 없다는 점이다. 블루보틀의 열기가 '쉐이크쉑의 데자뷰'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