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온라인 쇼핑과 대형유통점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86곳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활력 회복과 자생력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총 2130억원을 투입한다고 7일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 개별시장·상점가의 범위에서 벗어나 상권 전체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 상권육성 기반을 마련하고, 전통시장의 특색과 개성을 발굴·육성하는 특성화를 가속화 해 고객 유입→매출 증대→지역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계획에 따르면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특성화 시장 사업 △복합청년몰 도입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실패사례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특성화 시장 사업, 성공 가능성은?
중기부 설명에 따르면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의 핵심과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낙후된 구도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상인회 주도로 상권의 특색을 반영해 쇼핑·커뮤니티·청년창업 등이 결합된 복합상권을 조성해 지역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타부처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침체된 상권을 회복하고 자생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특성화 시장 사업은 관 주도로 추진했던 하향식 방식에서 벗어나 상인과 고객이 주도하는 상향식 프로젝트로 개편하는 '지역선도시장'과 '문화관광형시장'을 고객이 즐겨 찾는 특색있는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나 시장 육성 등으로 국비가 들어가는 만큼 관 주도의 하향식 사업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국가 주도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전통시장에 세금이 투입되는데 어떻게 관 주도가 아니게 될 수 있느냐. 자생력이란 문자 그대로 스스로 살아나려는 힘인데,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2000억원 가까운 막대한 돈을 들여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돈낭비"라며 "차라리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의 경우 예산을 낭비하면 망하는데, 정부는 세금만 날려 결국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한다"며 "잘 되는 기업은 규제하고, 경쟁력 없는 곳에 돈을 퍼주는 게 사회주의 국가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전에도 실패사례 많았던 복합청년몰, 또 진행하나
복합청년몰에 대해선 전통시장에만 한정했던 입지조건 제한을 완화해 폐공장이나 농협창고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또한 청년상인 매출 증대와 생존율 제고를 위해 청년 상인 조직을 출범시키고, 상권 회복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홍보활동을 강화해 △유명셰프 △창업 △브랜딩 △디자인 등 국내 정상급 전문가를 초빙해 '백종원식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청년 상인을 육성하자며 예산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과거 실패 사례가 있어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프랜차이즈 사업가 백종원씨를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세운 중기부가 언급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경제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청년몰 전국 26곳 491개점에 투입된 비용은 총 428억원이다. 하지만 2016년 오픈한 청년몰 274개 점포 중 영업중인 곳은 48.5%에 지나지 않는다. 폐업 점포 대부분은 2년간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 않자 적자운영으로 폐업했고, 6개월 내 폐업한 경우는 23.5%로 조사됐다.
실례로 경남 진주시의 경우, 청년들의 창업 지원을 위해 오픈한 청년몰 '청춘다락'이 지난 2017년 개장 이후 근 2년만에 사실상 불이 꺼졌다. 그럼에도 진주시는 청춘다락과 대동소이한 정책에 바탕해 2차 청년몰인 '비단길청년몰'에 예산을 투입해 개점을 추진하는 등 실적 위주 행정 논란이 일었다.
현진권 대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정부가 나서서 경제적·사회적 약자에게 정책적으로 퍼주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시장이란 개념이 없다"며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에 빠져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 대표는 "'백종원 식'은 차별화라는 승부수를 던져 성공했던 것인데, (중기부는 백종원 식을) 따라하면 성공한다고 판단해 언급한 모양이다. 그런 백종원씨를 현 정부가 작년엔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세워놓고 '백종원식 컨설팅'을 하겠다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