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인식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홍일표 산자위 위원장·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전기료는 여론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지만, 산정 원칙과 기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필요하다. 전기료 상승이 필요하다면 정부 또는 정치권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인식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이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지 않는다면 전기료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애초부터 왜곡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2월22일부터 일주일간 국민 3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폭염기간을 제외한 전기요금 체감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55.3%가 '부담됨'이라고 응답했다.
에너지전환시 비용 상승에 대한 질문에는 '현저히 증가'가 25.7%로 가장 많았으며, '다소 증가'와 '변화 없음'이 각각 22.9%, 14.0%로 뒤를 이었다. 또한 에너지전환정책에 있어 '비용변화가 중요치 않다'고 답한 비율이 29.6%로 가장 높았으며, 특히 30~40대에서 이같이 답한 비중이 높았다.
이 대표는 "녹색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호주는 가구당 평균 1만2800원, 미국은 5800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뒤 부담할 수 있는 액수를 물어보니 '4000~5000원'을 선택한 응답자(24.1%)가 가장 많았으며, '2000~3000원', '5000원~', '1000~2000원', '~1000원', '3000~4000원' 순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도 △월평균 전기료 △도매가격 연동제 △재생에너지 선택 구매제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소개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누진제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소득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이 전기료 부담 없이 사용하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할인혜택이 고소득 1인 가구에게도 적용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인식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관성이 결여된 면이 있으며, 응답자가 합리적·도덕적인 사람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어 왜곡된 답변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료에 대해 '수출 대기업에게 혜택을 준다'고 인식하는 등 오해하고 있는 사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전기료에 대해 물어보면 소비자는 당연히 부담스럽다고 할 것"이라며 "전기료 관련 인식조사 등은 참고자료로만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운 여름철에 전기료 걱정 없이 에어컨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냉방권'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한다"며 "여름철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에어컨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에어컨조차 없는 취약계층"이라고 꼬집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윈은 "이번 설문 조사는 소비자들이 머리로는 전기료가 시장논리에 맞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으로는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낮은 전기료를 정상으로 보는 상황에서 인상이 주는 충격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정부·여당이 '싼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를 얘기하지만 경제적·사회적 제약 조건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해법이 없다고 하면 국민에게 사기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과 대한전기협회가 공동주최한 것으로, 김진우 전 에경연 원장, 임낙송 한전 영업계획처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