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롯데케미칼이 미국 셰일가스를 발판 삼아 세계 7위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갖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릴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ECC) 준공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교현 롯데 화학BU장(사장),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미국에 건설한 첫 번째 대규모 공장으로, 완공시 연간 8000억원의 매출과 1200억~16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5년간 총 31억달러(약 4조원) 가량이 투자된 이 설비는 롯데케미칼-미 웨스트레이크의 합작법인 공장으로, 2016년 6월 착공됐다. 부지는 100만㎡(약 30만평)으로, 축구장 150개와 맞먹는다.
롯데케미칼 글로벌 생산기지 현황/사진=롯데케미칼 홈페이지 캡쳐
이 공장에서는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과 70만톤의 에틸렌글리콜이 쏟아져 나올 전망으로,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에틸렌 생산량은 45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국내 1위, 세계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 세계 에틸렌 생산량의 2.6%에 달하는 물량이다.
ECC는 기존 납사크래커(NCC)와는 달리 셰일가스에 함유된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로, 롯데케미칼은 2분기부터 이 공장에서 발생한 수익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플라스틱·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 기초유분으로, 생산량의 척도다.
롯데케미칼이 ECC 건설에 나선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납사가격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천연가스가 납사보다 가격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저가의 셰일가스가 생산되면서 역전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간 석유화학·정유사들은 부생가스·액화석유가스(LPG)·탈황중질유 등 납사 이외의 성분을 투입할 수 있는 설비투자를 단행했으며, 롯데케미칼 역시 현대오일뱅크와 이와 관련해 협력한 바 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그간 추진해온 몸집 불리기에 힘입어 그룹 내 '캐시카우'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2%에서 2017년 54%까지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의 경우 7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9686억원으로, 롯데쇼핑(5970억원)의 3.3배에 달했다.
여기에 △울산 메타자일렌(MeX)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여수 유기계면활성제(EOA) △대산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컴플렉스(HPC)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등 국내외 프로젝트가 더해질 경우 이같은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글로벌 에틸렌 수요가 500~600만톤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도 수익성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