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년째 열리는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사회주의 사상의 축제 ‘맑시즘2019’에 초대합니다.”
한 대학가에 붙어 있는 '맑시즘 2019' 포스터 /사진=미디어펜
매년 이맘때면 ‘맑시즘’ 강의 홍보 포스터가 대학가에 주를 이룬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연대의 주최로 열리는 ‘맑시즘2019’는 오는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사흘 간 서울에서 열린다. 하루 참가하는데 2만5000원, 나흘 다 참가할 경우 7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올해 발제자는 찰리 킴버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하영 노동자연대 조직노동자운동팀장,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목사, 김형계 노동전선 대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등 총 10명으로 소개돼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는 위기에 빠져 있다”며 “사회가 양극화하고 -부익부 빈익빈– 이에 따라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혁을 배신하자, 우파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맑시즘2019’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를 토론하고, 혼돈에 빠진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토론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은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 해석된다.
주최 측인 노동자연대 홈페이지 상단에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통해 외친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기본 입장’을 통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이어 가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노동자연대 홈페이지에는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통해 외친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노동자연대 홈페이지 캡쳐
“때가 어느 땐데 사회주의?…철지난 ‘이념 전쟁’ 여전”
‘맑시즘’ 강의는 제목 그대로 마르크스주의에 기반 한다. 지난해 열린 ‘맑시즘2018’에서는 ‘왜 자본주의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는가?’,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착취와 노동가치론’, ‘사회민주주의- 정의당을 아는 기초 이론’ 등의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올해에도 이 같은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강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강의에는 매년 1000여명의 수강생들이 참석하고 있다. 노동자연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기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1000여 명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금까지 약 1만9000여명의 학생들이 대학가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공부했다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서는 ‘좌우이념’ 대립이 격화되며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실패한 마르크스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우려에서다.
이념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나라에서 마르크스의 이념을 공부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상을 설파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전 세계, 심지어 중국, 러시아 등 동구권마저 마르크스 이념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문명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은 좌우이념대립이 격화되면서 미래는 안중에도 없으니 에너지 낭비, 역사왜곡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상은 이미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이 됐다”며 “철지난 이념을 대학가에서 지속적으로 전파하다 보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반기업·반자본주의 사상이 횡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맑시즘2019' 강의 소개 /사진='맑시즘2019' 홈페이지 캡쳐
사회주의 교육 대응할 ‘자유주의 교육’ 부재도 문제
‘맑시즘’ 강의는 잘 짜여진 커리큘럼 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자유주의’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마르크스주의와 대척점을 이루는 애덤스미스, 하이에크, 미제스의 자유주의를 공부하는 강좌가 대학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19년 동안 맑시즘 강의가 이루어지는 동안 이에 대응할만한 자유주의 교육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대학생들의 인식이 사회주의에 감염되지 않도록 이에 상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 원장을 역임한 현 대표는 재직 시절 맑시즘 강의에 대응하는 ‘애덤스미스 여름 강좌’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해당 계획 역시 무산됐다. 그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자유주의 교육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 특임교수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마르크스 이념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실증적으로, 경험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택했던 동구권 경제가 망가진 것을 보고 해당 패러다임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관계자는 “일각에서 맑시즘 강의가 편향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일각이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질문할 것이 있다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라”며 “검토 후 답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답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