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글로벌 무역 악재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여부가 곧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며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역 악재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사진=미디어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조치 결정 시한(제출일로부터 90일 이내)이 오는 18일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시한을 180일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다. 설령 연장된다 하더라도 관세폭탄 부과시기가 미뤄진 것일 뿐 대미 자동차 수출국들에게 리스크 요인은 계속 존재한다.
관세 부과 범위와 관련해서는 여러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20~25%의 관세 부과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해서만 25%의 관세 부과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전기차, 차량공유서비스 등 첨단 기술 차량에만 선택적으로 관세 부과 등이다.
가장 극단적인 방식인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20~25%의 관세 부과'로 결정될 경우 우리 자동차 업계는 타격이 크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에서 각각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수요에 대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도 양사 도합 연간 60만대에 육박한다.
2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차량보다 20%이상 높은 가격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역시 스파크와 트랙스 등 미국 GM에 공급하는 물량이 연간 13만대에 달하며,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물량 배정에 따른 닛산 로그 미국 수출물량이 일부 남아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기존 수출물량인 스파크와 트랙스는 물론,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GM이 한국에 배정키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유틸리티차량(CUV) 생산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오는 2020년부터 GM의 신형 글로벌 SUV를 2022년부터는 신형 CUV를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수출시 20% 이상의 관세가 붙는다면 판로가 막힐 수 있다.
GM이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그나마 스파크와 트랙스는 GM이 PSA그룹에 매각한 오펠로 기존 계약 물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새로 출시되는 모델은 유럽으로 수출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의 수출길까지 막힌다면 신차를 배정받아봐야 팔 곳이 없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위협 요인이다. 미중 양국은 당초 무역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지난 10일 오전 0시(미 동부시간)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데 이어 추가 협상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전격 인상한 상태라 이 시간 이후 중국을 출발한 화물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일단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다. 미측 대표단은 향후 3~4주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한 상태다.
기존 관세 부과 대상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도 보복 관세 부과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간 무역 분쟁이 우리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교역규모는 6000억달러에 달했다. 그 중 중국의 대미 수출은 4797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2%에 달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모는 1203억달러로 전체 대비 비중은 7.2%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 시장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산업수요는 2234만대로 전년 대비 5.9%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은 0.3% 증가한 1727만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위축은 국내 업체들의 판매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수출 뿐 아니라 현지 생산판매도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에서의 계속된 판매부진으로 현지 공장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협력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면제를 위한 대미 아웃리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단 관세부과가 결정되면 개별 기업의 통제를 벗어난 사안이 되기 때문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면서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위축까지 더해진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