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겸 경제금융센터 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중견기업 대표가 후대에 가업을 승계할 때 생기는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개편해 오히려 세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백년기업' 육성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회 도서관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 바람직한 개정 방향은?'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유호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창업·성장·자금조달 단계에서 연간 3조∼4조원가량의 직간접적인 조세 감면이 행해지고 있어 더 이상의 조세 우대는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제 한도를 늘릴 경우, 추가로 적용될 기업 수는 320여개에 지나지 않아 소수 자산가들의 상속세 감면을 위한 불공정·불평등·불합리한 개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역시 유 교수 의견에 동조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겸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상속 재산이 2000억원 이상으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한계치에 이르는 사람은 1년에 2~3명에 지나지 않는데, 상속세로 생존의 위협을 받을 존재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자가 독일에 비해 적다고 해서 매출기준을 확대해 혜택 볼 사람을 늘리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인대회 축사에서 발언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인 여러분들께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선도하고, 백년가게를 만들어 사회적 책임도 다 하신다는 선언문을 들으니 제 가슴이 뭉클하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이끌주인공은 중소기업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행정부와 정책 기조를 함께하던 참여연대와 유호림 교수의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중견기업계는 공제 한도를 1000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설립 초기 중견기업까지만 적용 대상이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최근 3년 간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혜택을 입은 기업은 △2015년 67개 △2016년 76개 △2017년 75개에 불과했다. 2014년 2만 개 기업이 공제혜택을 받은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면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상속세 공제를 적용받은 이후 10년 간 고용을 100%, 중견기업은 120% 수준을 유지해야하고, 업종 변경 금지 조항도 존재하는 등 사후관리 조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서정헌 중기중앙회 상생협력부장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들은 고용과 업종, 자산유지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고용유지는 독일의 경우처럼 총 급여액을 유지하거나 근로자수 유지 중 택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0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는 업종변경금지로 인해 현장에서는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업종유지 조항을 어기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IMF 이후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왜 도입됐는지 그 취지를 따져봐야 한다. 상속을 수월케 해 가업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기업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당 제도가 만들어진건데,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생각할 일이지, 정치적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라며 "이제 해당 제도가 필요하지 않으니 공제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제도 도입취지를 망각하는 것이고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부원장은 이어 "히든 챔피언을 만들고자 한다면 상속 문제를 해결해서 기업을 상속하는데 있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고 그래야 세금도 더 내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중기부 장관 발언과 반대 행보를 보이는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들과 좌파 경제학자들은 근시안적"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권 부원장은 "강소기업은 노하우를 축적해 자체 경쟁력을 갖고 이윤 창출을 해 나가는 것이지, 절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백년 가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상속제도를 오히려 좀 더 유연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