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20일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정보경찰의 정치관여 차단을 골자로 경찰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외풍을 차단할지 미지수다.
21일 법조계는 경찰의 정치정보 수집이 현 제도 하에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가능하다는 점을 들면서, 정보수집을 금지하고 정치관여를 차단하겠다는 이번 개혁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지금처럼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력의 수사관여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한 중국의 공안통치 방식과 유사하게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당정청은 검찰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룡경찰'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무소불위의 권한 분산을 위해 경찰청 내에 별도 수사조직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만들어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정작 정보경찰을 수사경찰과 분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령상 '정치관여 시 형사처벌'을 명문화하면서 정보수집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조치로는 사실상 실효성이 전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현직검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검찰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다. 권한을 키워주면서 통제장치가 없다면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이 될 것"이라며 "과거 나치 게슈타포나 현재의 중국 공안이 다른 곳에 있는게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찰청 정보국 명칭을 바꾸는 등 이름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미 지난 정권에서 불법 정보수집과 정치개입으로 전직 경찰 총수가 구속까지 됐는데 이번 내용은 실질적인 개혁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4월29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 또한 "경찰청이 국수본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찰청장이 수사경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한 의미가 없다"며 "청와대의 경찰 인사권 및 수사·정보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개혁안에 따라 국수본이 설치되면 개별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각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에게 부여된다.
그는 "향후 살아있는 권력이 김학의 전 차관 건처럼 일종의 '하명 사건'을 국수본에 내린다면 수사본부측은 무조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려 할 것"이라며 "수사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역으로 청와대와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경찰이 수사와 정보를 쥔 채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아 사실상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다"며 "이번 개혁안은 중국이 수억 인민을 통치하는 공안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이라는 개혁 취지에서 나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패스트트랙 신속안건 지정을 통해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어 국수본까지 두 자루의 칼을 문재인 정권이 쥐게 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