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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나아진다는데…조선업계, 중국 저가 공세에 속앓이

2019-05-22 14:17 | 권가림 기자 | kgl@mediapen.com

중국 국책 금융기관은 자국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는 해외 선사에 대해 선박 건조 대금 전액을 1% 이하의 금리로 빌려주며 수주를 끌어오고 있다. /사진=봉황망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조선업계가 올해 선박 발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국·싱가포르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중국의 수주량 합계는 335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한국(190CGT)을 웃돌았다. 

중국 조선사가 저가를 내세워 기술력이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에서도 일감을 가져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가 LNG선 19척 모두 수주한 반면 올해는 중국 조선사 후둥중화가 LNG선 13척 중 2척을 가져갔다. 
 
중국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후둥중화, 장난조선 등은 프랑스 등 유럽 선사들로부터 1만50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했다. 

중국 조선업체가 저가를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와 정부 지원에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해외 선사에 선박 가격의 2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국 국영조선그룹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및 중국선박중공집단(CSIC) 산하 후동중화, 장난조선 등 조선소 13개가 집중 지원대상이다. 중국 국책 금융기관도 자국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는 해외 선사에 대해 선박 건조 대금 전액을 1% 이하의 금리로 빌려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보조금 지원이 있어 해외 해운사는 아직 수명이 남은 자사 선박을 폐기하면서 중국 조선업체에 신규 발주한다”며 “장난조선과 후동중화가 올해 프랑스 선사로부터 LNG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도 중국 정부가 프랑스 선사에 무이자로 선박 발주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로 중국 조선회사들이 확보해 놓은 주문은 6000만톤에 달한다. 한국은 약 4500만톤 수준이다. 

중국과의 인건비 차이도 크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520만원으로 중국 조선사(169만원)의 3배로 관측된다. 해양사업본부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은 20%로 중국(6%)을 웃돌아 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80만원) 조선사와는 인건비가 약 6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싱가포르는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 등 인근 노동자를 활용해 원가경쟁력에서 앞서 나간다. 

기술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미래 선박 분야에는 국내 조선업계가 유럽 조선업체들에 뒤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지역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의 시제품이 곧 나올 예정이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은 연료 절감과 선박 운항 상태를 감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첫 무인 화물선인 12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켈란 호’가 이르면 올해 시범운항을 할 계획이다. 201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예인선을 원격조종하는 첫 번째 테스트를 마친 영국 롤스로이스는 내년 첫 무인선을 연안해역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주 경쟁력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건 사실”이라며 “중국의 정책요소로 다 잡았던 계약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제작하기 쉬운 벌크선, 중소형 컨테이너선에서 노하우를 축적했으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부분에선 기술격차가 3~5년 있다”며 “중국도 최근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기술 개발투자 전략을 잘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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